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가 예상보다 더 악화되면서 대형 조선업체 역시 수주취소 가능성에 본격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수주취소 규모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지만 선박인도와 대금결제를 늦추자는 해운선사들의 요청이 크게 늘고 있는 만큼 향후 주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선업종의 주가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인 신조선가와 신규수주 등의 지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 수주취소 우려 대형사로 번져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그 동안 중소형 조선업체에 국한된 것으로 인식되던 수주취소 우려가 대형사로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009540)은 그리스의 해운선사로부터 각각 1억1000만달러 규모의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2척에 대해 발주취소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이스라엘 해운선사와 1만25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에 대해 인도변경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해운운임지수(BDI)는 이달초 반짝 상승하긴 했지만 작년 고점대비로는 80%이상 급락한 상태다.
선박을 만드는 신조선가도 하락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질적인 선박 거래 없이 오히려 기존 발주물량에 대한 취소와 인도연기 요청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선박수주 취소 계속 확대되나
향후 추가적인 선박수주 취소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앞으로 수주취소 규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이미 선수금을 지급한 만큼 실제로 수주취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함께 나오고 있다.
해운선사들은 발주계약을 맺을 때는 전체 대금의 20%가량을 조선업체에 먼저 제공하는데 주문을 취소할 경우 이 선수금을 포기해야 한다. 다만 최근엔 신규선박 발주가 거의 없는 가운데 신조선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선수금을 포기한 후 새롭게 주문하는 것이 더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수주취소 리스크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주로 제기해왔다. 씨티그룹은 최근 리포트에서 조선업체들의 수주취소 리스크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조선업체들이 신규수주를 위해 고가의 과거주문을 최소시키는 등의 가격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UBS도 선박주문과 선가 등의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수주취소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상화 현대증권 연구원은 "해운선사들이 선수금으로 20%이상을 지급하는 만큼 실제로 주문취소로 이어지긴 어렵다"며 "다만 인도와 결제연기 요청은 꾸준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필중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몇 주간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기존 발주분에 대한 일부 계약취소와 가격인하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계약해지나 가격인하보다는 일부 수주분의 인도와 선수금 납입시점 연기로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 수주취소 우려 주가 영향은
실제 수주취소 여부와는 상관없이 수주취소와 인도·결제 연기 등이 계속 부각될 경우 주가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조선업체의 주가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인 신조선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다 신규수주가 올 들어 거의 자취를 감춘 점도 부담이다. 올해 신규수주는 전년대비 적게는 50%, 많게는 80%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수주잔고의 10%까지 해지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올해 후판가격 인하에 따른 영업이익 개선폭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수주취소 소식이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해운시장이 워낙 좋지 않아 신규발주가 거의 없는 가운데 수주취소나 인도·결제 연기 소식이 계속 들리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상화 연구원은 "올 들어 해운선사들이 더 어려워지면서 인도·결제 연기를 요청하는 사례가 더욱 늘고 있다"면서도 "수주취소 리스크는 이미 작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것으로 최근 증시상황이 악화되다 보니 우려가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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