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철회, 플라잉카 무산…오사카 엑스포 티켓 안 팔린다[MICE]

이선우 기자I 2025.01.08 06:00:00

D-95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빨간불
'엑스포의 꽃' 단독 국가관 수 47개로 줄어
158개 국 중 70%이상 조립식 전시관 사용
32조원 들인 '플라잉 카' 최종 도입 무산돼
입장권 746만 장 팔려, 목표치의 절반 수준
日 내부서 "엑스포 보러갈 것" 25%에 불과

일본 오사카 유메시마 인공섬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행사장 조감도 (사진=2025 일본국제박람회협회)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2025년 지구촌 최대 이벤트인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흥행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개막을 불과 석 달여 남겨둔 상황이지만 입장권 판매는 여전히 목표치는 물론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엑스포의 꽃’으로 불리는 단독 국가관은 규모가 줄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참가를 철회하는 국가도 속출하고 있다. 3조 4000억엔(약 32조원)을 들여 야심 차게 준비했던 최대 하이라이트 ‘플라잉 카’(에어 택시) 운행도 전면 무산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적자 행사를 면하기 위해 최소한 확보해야 할 방문객 마지노선은 건설·운영비 증가로 목표치 2820만 명의 80%까지 치솟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최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목표 방문객의 80%를 달성하더라도 적자는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2018년 유치 당시 2059억엔(약 2조원)이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던 건설·운영비 등 엑스포 개최 예산은 건축 자재비와 인건비 급등으로 70% 넘게 늘어 3510억엔(약 3조 3000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행사장 건설과 운영비를 포함해 플라잉 카 도입과 철도, 도로 등 인프라 조성 등에 일본 정부와 오사카부와 시가 지금까지 들인 예산은 총 13조 4510억엔(약 125조원)에 달한다. 2020 도쿄올림픽 개최에 들어간 1조 4238억엔(약 13조원)의 10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개요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판매 입장권 80% 후원 기관·기업서 단체 구매

일본국제박람회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입장권은 총 746만여 장이 팔려 나갔다. 사전 판매 목표치 1400만 장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규모다. 그나마도 판매 입장권의 80%가 넘는 615만여 장은 후원 기업과 기관이 단체로 사준 게 대부분이다. 엑스포에 대한 관심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웹사이트 개별 판매는 45만여 장인 6%에 불과했다. 지난해 8월 저조한 판매의 원인이 복잡한 웹사이트 구매 절차라며 시중 편의점과 여행사 대리점 등에서 시작한 종이 입장권 판매도 전체 판매량의 11%인 84만여 장에 그쳤다.

입장권 판매는 지난해 11월 이번 엑스포를 상징하는 둘레 2㎞, 높이 20m의 대형 조형물 ‘그랜드 링’ 점등식, 지난 4일 개막 D-100일을 기념해 연 10㎞ 달리기 등 각종 이벤트에도 좀처럼 반등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미쓰비시 연구소가 최근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전체 응답자의 24%만이 55년 만에 오사카에서 다시 열리는 엑스포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6개월 전 조사 때보다 3%포인트(p) 줄어든 수치다. 주 대상층인 20대부터 40대는 90% 이상 엑스포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참여하겠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

교도통신 등은 “3년 전인 2022년 40%가 넘던 엑스포 참가 의향은 2023년 34%에 이어 개막을 불과 100여 일 앞두고 20% 중반 아래까지 떨어지는 등 갈수록 관심과 흥미가 줄어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 내에서조차 55년 만에 열리는 엑스포에 대한 관심이 낮은 이유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것에 비해 행사 외형은 갈수록 줄어들어서다. 애초 160개국을 크게 웃돌 것으로 기대했던 참가국은 멕시코와 에스토니아, 러시아, 아르헨티나, 그리스 등 12개국이 재정난을 이유로 참가를 철회했다. 이란과 엘살바도르, 보츠와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개막을 불과 100여 일을 앞둔 지난달 27일 참가하려던 계획을 거둬들였다.

막판 우크라이나와 카보베르데가 참가를 확정하면서 158개국을 유지하게 됐지만, 당초 60개가 넘는 국가에서 설치할 것으로 예상한 단독 국가관은 47개로 쪼그라들었다. 전체 참가국 중 70%가 넘는 114개국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건립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주최 측이 일괄 시공하는 조립식 전시관을 사용하기로 하면서다.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를 대표하는 상징 조형물인 ‘그랜드 링’(Grand Ring) 조감도. 총 공사비 344억엔이 투입된 그랜드 링은 둘레 2㎞, 높이 20m의 초대형 원형 목조 구조물로 엑스포장 내부로 통하는 입구 외에 상부에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스카이워크를 갖췄다. (사진=2025 일본국제박람회협회)
◇“대형 이벤트에 회의감” VS “곧 분위가 반전될 것”

‘세기의 경험’으로 기대를 모았던 플라잉 카 운행 무산은 가뜩이나 저조한 관심과 흥미를 더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3~4인용 플라잉 카로 도심에서 유메시마 인공섬 엑스포 행사장까지 방문객을 실어 나르려던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 홀딩스, 스카이드라이브, 마루베니는 기술적 한계로 인한 안전상의 이유로 지난해 9월 계획을 포기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을 통해 “엑스포의 가장 큰 매력인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형 이벤트를 이용해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속임수에 대한 대중의 회의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논평했다.

좀처럼 흥행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도 주최 측인 일본국제박람회협회는 “곧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며 낙관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엔 엑스포장 인근에 있는 테마파크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USJ)과 입장권 공동 판매 계획도 내놨다.

일본국제박람회협회장을 맡고 있는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막 이전 실적치고는 지금까지 판매한 입장권이 절대 적은 숫자는 아니다”라며 “선판매의 정점은 전시관 예약 추첨 신청을 시작하는 이달 13일부터 개막 한 달 전인 3월 사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공동 판매, 제휴 마케팅 등 입장권 판매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준비 중인 만큼 사전 판매 목표인 1400만 장도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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