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는 연중 최저점에 근접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은 크게 낮아졌다. 다만 증권가는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이보다 낮은 5000포인트를 예상 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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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7일 홍콩H지수(HSCEI)가 전일보다 0.9% 하락해 5615.8을 기록, 연중 최저점에 근접한 점을 짚었다. 무디스가 중국과 홍콩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영향이다.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경기(펀더멘털)와 할인율(멀티플)이다. 여기에 정책 변화와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수급도 중요한 영향력을 갖는다. 홍콩H지수는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50개 중국기업을 대상으로 산출돼 펀더멘털과 할인율이 각기 다른 시장을 추종하는 특이한 구조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H지수의 경우 기업이익은 중국 본토 경기를 추종하고 할인율은 달러 페그제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홍콩H지수는 중화권 증시에서 본토 경기에 가장 민감한 지수로 꼽힌다. 지수의 시가총액 상위 업종이 경기소비(31.9%), 금융(23.9%), IT(21.5%)여서다.
◇ 中 경기 강한 반등 어려워·금리 스트레스도
중국 경기는 바닥은 지났지만 강한 반등을 예상하기에는 어려운 구간이라는 평가다. 실물지표는 불안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반락하며 재차 위축 국면으로 진입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플랫폼과 소비재 기업 비중이 늘어나면서 본토 소비심리가 홍콩H지수 기업이익 모멘텀을 결정하는 주요 동인으로 자리잡았다.
신 연구원은 “문제는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금융 업종 이익 전망도 밝지 않은데, 정부가 시중은행에게 부동산 업계를 위한 무담보·저금리 대출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H지수 이익 전망치의 상향 조정이 더딘 배경”이라고 말했다.
또한 홍콩금융관리국은 연준의 긴축 사이클에 대응해 작년 3월 이후 11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급격한 긴축은 할인율 상승과 함께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가져왔다. 신 연구원은 “펀더멘털이 견고한 미국과 달리 매크로 스트레스에 노출된 홍콩H지수는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했다”며 “최근 지수 약세도 유동성 환경 악화가 주도했다”고 했다.
홍콩H지수 상승을 위한 필요 충분 조건은 달러화의 추세적인 약세라고 분석했다. 달러화 약세는 홍콩H지수 밸류에이션과 외국인 수급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다.
신 연구원은 “연준 긴축 사이클의 종료는 분명 주식시장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겠으나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단기적으로는 최근 하락한 미 금리의 되돌림 가능성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홍콩 금융시장을 둘러싼 대외환경은 아직 녹록지 않다”고 전했다.
홍콩H지수의 내년 상반기 예상밴드는 5000~7000포인트로 제시했다. 지수 가격 결정 요인인 본토 경기(주당순이익)과 긴축 사이클은 우려의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부양책의 시차를 고려하면 경기의 가파른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밸류에이션 부담은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신 연구원은 “본토와 홍콩에 동시 상장된 기업간 밸류에이션 차이를 나타내는 A·H프리미엄은 150%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홍콩 상장 기업이 본토보다 50% 할인되어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다만 상승 요인이 부재하다”고 했다.
홍콩H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워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 연구원은 “홍콩H지수 5000포인트를 지수 하단으로 제시한 것은 2022년 당대회 당시 기록적 폭락 구간에서 지지선으로 작용한 주가순자산비율(PBR) 0.65배를 적용한 결과”라며 “최악을 염두에 둔 지지선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워 적극적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