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바이오시밀러, 美 대신 韓·日서 승부수...왜?

송영두 기자I 2022.10.25 08:16:38

한국과 일본 등 틈새시장 공략 전략
미 진출은 특허 문제-대규모 개발비 걸림돌
바이오시밀러 배타적인 한국과 일본 시장 성장세
1호 시밀러 ‘네스벨’ 국내서 선전, 가격 전략이 좌우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바이오시밀러 신사업에 나선 종근당이 미국 대신 국내와 일본, 동남아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운다. 신약은 물론 바이오시밀러 개발기업들이 앞다퉈 거대 시장인 미국과 유럽을 집중 공략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전략이다. 특허 문제가 상존하고 경쟁자가 많은 메인 시장보다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종근당은 지난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루센비에스’ 품목허가를 승인받았다. 루센비에스는 신생혈관성(습성) 황반변성 환자 3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3상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인 노바티스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와 치료 효과 동등성을 입증했다. 또한 유사한 안전성, 면역원성, 약동학적 특성을 확인했다.

이번 허가로 루센비에스는 △신생혈관성(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의 치료 △당뇨병성 황반부종에 의한 시력 손상의 치료 △증식성 당뇨성 망막병증의 치료 △망막정맥폐쇄성 황반부종에 의한 시력 손상의 치료 △맥락막 신생혈관 형성에 따른 시력 손상의 치료 등 오리지널 약물인 루센티스가 보유한 적응증 5개를 확보했다. 루센비에스는 지난 2019년 출시한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네스벨’에 이은 종근당 2호 바이오시밀러다.

(사진=종근당)
◇미국 대신 한국-일본, 왜?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은 2028년까지 약 2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시장은 미국과 유럽, 중국, 호주, 일본 등이다. 아일리아(바이엘)와 루센티스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지난해 아일리아와 루센티스 글로벌 매출은 각각 약 12조원, 약 4조4000억원에 달한다.

종근당의 루센비에스 상업화 전략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먼저 출시한 후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국내 시장을 비롯해 동남아 및 중동지역을 대상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일본 시장도 임상을 통해 진출할 것이다. 국내와 일본 시장이 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근당은 2019년 국내 출시한 1호 바이오시밀러 네스벨도 국내 시장과 함께 일본 시장에 주력했다. 종근당은 미국과 유럽이 아닌 한국과 일본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 시장도 규모가 큰 시장 중 하나다. 일본 시장에 안착한다면 관련 매출은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미 국내 임상 성공으로 안전성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효능을 확인하는 임상만 하면 돼 빠른 상업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루센티스 특허 문제 등이 걸려있어 상용화에 걸림돌이 있고, 현지에서 대규모 임상을 해야 해 비용 측면이나 상용화 시기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과 유럽 시장을 완전히 제외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임상을 통해 개발되는 바이오시밀러는 제품별 차이가 있지만 대략 2000~3000억원의 개발비가 소요된다. 종근당의 경우 글로벌 임상을 진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보다 적은 개발비가 소요됐을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이 아닌 한국과 일본, 동남아 시장을 타깃한 것은 경쟁자가 많은 시장보다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네스벨로 보는 루센비에스 성공 확률은

건강보험등재 절차를 거친 후 내년 출시가 예상되는 루센비에스는 국내에서 역시 내년 출시가 유력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아멜리부’(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와 경쟁해야 한다. 여기에 오리지널 의약품 루센티스도 피할 수 없다. 국내 루센티스 시장은 약 32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루센티스는 올해 상반기 약 1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바이오시밀러에 배타적인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바이오시밀러 제품 처방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종근당 네스벨은 2019년 국내 출시 당시 첫해 매출이 3억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4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상반기만에 3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경우 가격경쟁력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가격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종근당 측은 “이제 막 허가를 획득한 상태라 아직 가격 전략에 대해서는 정해진 방향이 없다. 담당 부서를 통해서 구체적인 전략을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일본은 정부가 의료보험 재정 개선을 위해 복제 의약품 처방 비율을 확대키로 하면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 확대는 종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일본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17년 144억엔에서 2022년 600억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시판 이후 부작용 조사 의무가 없고, 복제약 처방에 인색하다는 평가가 있다. 여기에 로컬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은 시장”이라며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일본 정부가 의료보험 재정을 위해 복제약 처방 확대를 주문하고 있어, 국산 바이오시밀러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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