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박셀바이오, 갑자기 등장한 ‘CAR-MIL’ 의문점 세 가지

김유림 기자I 2022.08.30 14:24:33

전문가 “이미 글로벌 톱티어 있는 기술”
TIL 개발사 아이오반스, 주가 반토막 직행
골수에서 T세포 채취, 종양 인식도 못해
CAR 달아주면 TIL의 장점 없어지는 효과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박셀바이오(323990)가 새로운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CAR-MIL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다발성골수종 파이프라인 Vax-DC 개발 중단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갑작스럽게 내놓은 대책이다. CAR-MIL에 대해 면밀히 살펴본 업계 전문가들은 여러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5일 배포한 박셀바이오 CAR-MIL 보도자료. (자료=박셀바이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4일 장 마감하고 박셀바이오는 임상시험 연구개발 조기종료의 건을 공시했다. 플랫폼 Vax-DC를 적용해 개발 중이던 재발성 또는 불응성 다발성골수종 신약 임상 2상을 공식적으로 종료했다. 이와 함께 연구의 타당성과 투자대비 사업성에 대한 판단하에 Vax-DC 플랫폼기술의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10%(시간 외 하한가) 급락했다.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시외 거래에서 증발하자 주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박셀바이오의 소액주주수는 10만1658명, 총 발행주식 대비 68.53%를 차지한다.

그러자 다음 날인 25일 장 시작 직전 박셀바이오는 다발성골수종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박셀바이오 측은 “새로운 CAR-MIL 치료제 개발을 본격화한다는 결정을 공식화한다”며 “CAR-MIL은 MIL에 CAR를 접합해 기존 CAR-T 세포치료제보다 더욱 강력한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우선 업계는 CAR-MIL이 전혀 새로운 기술이 아니며, CAR-T보다 뛰어난 효능을 보여준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한 바이오 회사 대표는 “해당 기술은 미국 아이오반스 바이오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종양침윤림프구(TIL)와 유사하다. 글로벌에 존재하는 기술이며 신규 기술이 아니다”면서 “아직 TIL이 CAR-T보다 좋다는 건 증명된 적도 없다. 오히려 아이오반스 TIL 임상 결과가 저조해 주가가 반토막 이상 난 상태다”고 말했다.

TIL 개발사 아이오반스는 지난 5월 진행성(수술 불가능 또는 전이성)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임상 2상을 발표했다. 항암제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객관적 반응률(ORR)은 29%에 불과했다. 이는 아이오반스가 이전에 공개한 데이터보다 저조한 결과였으며, 발표 당일 나스닥 시장에서 주가는 순식간에 50% 급락했다.

두 번째는 박셀바이오 MIL의 면역세포 채취 부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T세포는 골수에서 생성된다. 골수에서 막 나온 T세포는 종양을 적으로 인식하지도 못한다. 림프에서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로 훈련을 받은 다음 종양으로 이동해 공격한다. ‘골수에서 T세포 탄생→림프에서 종양 인식 훈련→종양 공격’ 순서다.

아이오반스의 TIL은 환자의 종양에 분포해 있는 면역세포(T세포)를 채취, 활성증강을 위해 배양과정을 거친 후 다시 환자의 몸에 집어넣는 방식의 플랫폼기술이다. 종양에 있던 T세포는 공격대상(암)을 인식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힘이 약하다. TIL은 암을 공격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병든 군인(면역억제적 종양미세환경내에서 노쇠해진 T세포)을 끄집어내, 특공대로 만든 후 환자에게 넣어주는 것이다.

반면 박셀바이오의 MIL은 골수에서 면역세포를 뽑아낸다. 골수에 있는 T세포는 암을 공격하는 군인이 되기 훨씬 이전의 면역세포가 대부분이다. 무기도 없고, 암세포를 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다. 박셀바이오는 이 같은 단점은 “CAR를 붙이면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CAR는 암세포를 인식하는 표지자다.

세 번째는 바로 MIL에 CAR를 달아준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한다. 대표적인 세포치료제 CAR-T는 혈액에서 T세포를 끄집어내 종양 세포를 인식할 수 있는 눈, CAR를 달아준다. 혈액의 T세포는 건강한 반면 암세포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CAR는 필수다.

반면 글로벌에서 TIL을 주목하는 이유는 TIL에는 이미 종양을 알아볼 수 있는 수백개의 눈을 달고 있다는 점이다. 종양에 박혀있던 TIL의 T세포는 암세포를 알았던 군인이다. 암세포 인식 표지가 A~Z까지 있다면, TIL은 A~Z까지 전부 암세포를 알아보고 공격한다. 여기서 특정 암세포 표지만 인식하도록 하는 CAR를 달아주면 TIL의 시야는 좁아진다. 즉 A~D까지밖에 인식하지 못하게 되며, TIL의 장점은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CAR-T는 특정한 1~2개의 항원 밖에 표적하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하고 연구개발을 진행했으며, 그 중 최근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암면역치료연구센터에서 확립한 MIL치료 요법이 두각을 보이면서 CAR-MIL이 당사의 새로운 파이프라인으로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TIL은 환자의 종양조직으로부터 암을 인식하는 T세포를 선별해 증폭시키는 원리인데, 상대적으로 그 효율이 낮은 단점이 있다. MIL은 크게 보면 TIL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는데, 골수에서 추출된 림프구로써, TIL에 비해 MIL은 골수를 채취해 훨씬 간단하고 쉽게 T세포를 확장 배양하기 용이하다. ‘메모리 T 세포’가 풍부한 골수 검체를 이용해 제조하기 때문에, 종양 특이성을 가진 메모리T세포가 풍부한 세포 치료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MIL치료법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이미 ‘WindMIL Therapeutics’ 회사가 설립되어 연구 중이다”로 주장했다.

또한 “당사에서 개발에 착수한 다발골수종에 대한 CAR-MIL치료는 여러 종양 항원에 대해 특이성을 가진 메모리 T세포가 풍부한 MIL과 CAR-T세포 치료제의 특정 종양항원에 대한 자극 시그널을 지닐 수 있는 CAR 기술을 접목하는 치료이다”며 “예비연구를 통해서 가능성을 확인하였으며 기존의 MIL 치료제나 CAR 세포 치료제보다 강력한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