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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릭스(226950)는 31일 현재 총 13개의 파이프라인을 두고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적응증을 보면 비대흉터, 건·습성 황반변성, 망막하 섬유화증, 탈모, 특발성 폐섬유화, 망막색소변성증, 신경병성통증, 간 섬유화, 간 질환, HBV, 면역항암제 등으로 다양하다. 직원 96명의 소규모 바이오기업임을 감안하면 파이프라인이 다양하다는 평가다.
◇ “표적 mRNA 명확하면, 3개월이면 후보물질 도출”
올릭스가 단시간 내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할 수 있게 된 이유는 siRNA 플랫폼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올리스 관계자는 “전통 제약사들이 후보물질 하나 개발하는데 3~5년으로 장기간 소요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작용기전(표적 mRNA)이 명확하다면 siRNA 염기서열만 변경해 해당 리보핵산(mRNA)만 잘라주면 되기 때문에 3개월이면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제약사들이 파이프라인 1~2개를 놓고, 잘되면 대박이고 안되면 폐업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강조했다.
질병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mRNA)를 조작하는 물질을 (siRNA)삽입하는 방식이다. 질병 단백질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질병으로 발전할 단백질 싹을 미리 잘라버리는 기법이다. 기존 저분자화합물이나 항체치료제가 생성된 질병 단백질과 결합해 작용하는 것과는 다르다. 기존 신약개발 방법에선 단백질 형태나 위치에 따라, 공략 불가능한 단백질이 존재했고 이를 ‘난치병’ 또는 ‘불치병’으로 불렸다. siRNA를 이용하면 모든 질병 단백질에 접근 가능하고, 질병 유전자 발현을 억제할 수 있다.
올릭스가 siRNA 플랫폼 통해 만들어낸 후보물질은 주요 글로벌 빅파마의 입도선매 대상이다. 안질환치료제 OLX301A·OLX301는 각각 2019년 3월과 지난해 10월 프랑스 제약사 ‘떼아’(Thea)에 이전됐다. 이 계약은 계약금, 마일스톤, 로열티 수익을 합해 최대 9160억원 규모다. 떼아는 유럽에서 안과전문의약품 매출 1위 회사다. 비대흉터 치료제 후보물질 ‘OLX101A’의 아시아권리는 휴젤에 팔려나갔다. 이 외에도 간 치료제인 갈나(GalNA) siRNA 후보물질은 고객사가 최종 테스트 단계 중으로, 기술이전 계약 직전 상태다.
◇ 부작용과 독성 최소화
올릭스 siRNA 기술은 여타 경쟁사 대비 탁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올릭스 관계자는 “기존 siRNA는 19개 염기서열이 위·아래로 두 가닥 대칭구조”라면서 “아래가닥 염기에 표적 유전자와 결합해 mRNA를 절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윗 가닥 염기가 표적 유전자와 결합하면, 엉뚱한 mRNA가 잘려 부작용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릭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iRNA 구조를 비대칭으로 만들었다”면서 “윗 가닥을 19개에서 15~16개로 줄이고 아래 염기는 19개로 그대로 두는 비대칭 형태다. 의도적으로 윗 염기 효능을 떨어뜨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시 말해 윗 가닥의 siRNA 염기가 잘못된 유전자와 결합해 엉뚱한 mRNA가 잘려도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비대칭 siRNA는 올릭스만의 고유 특허다.
여기에 올릭스 siRNA는 독성이 적다. 올릭스 관계자는 “여타 siRNA는 세포막을 투과하기 위해 전달체를 이용한다”면서 “하지만 전달체를 사용하면 인체 독성위험이 증가한다. 반면 올릭스 siRNA에 자가전달 물질을 결합해 스스로 세포 안까지 깊숙이 전달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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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수출 신화 계속”
올릭스의 siRNA 기술수출 소식은 계속될 전망이다. 올릭스 관계자는 “siRNA 플랫폼으로 개발한 후보물질은 RNA를 간섭하는 방식으로 치료하기 때문에 효능이 높다”면서 “일라이 릴리(Eli Lilly), 노보 노르디스크(Novo Nordisk) 등의 글로벌 빅파마들은 siRNA 플랫폼을 도입해 30여 가지 적응증을 대상으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추세를 고려하면, 파이프라인, 플랫폼 기술수출 소식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siRNA 치료제 부문에서 최근 5년간 2000억원 이상 규모의 빅딜이 15건, 1조원 이상의 메가딜은 12건이 발생했다. 올릭스 포함 엘나일람(Alnylam), 다이서나(Dicerna), 에로우헤드(Arrowhead) 등 주요 siRNA 개발사들의 파이프라인과 플랫폼이 사노피, 베링거인겔하임, 다케다,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비어 등에 팔려나갔다. 그는 “siRNA는 신규 진입을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면서 “이미 관련 특허가 촘촘히 걸려 있어, 기존 기업들이 파이를 나눠 가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