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13일 닛케이지수는 2만5385.87로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서만 9%대 상승세다. 11일부터 닛케이는 2만5000선을 넘어섰는데, 2만5000선을 넘긴 것은 무려 1991년 이후 29년 만의 일이다. 특히 지난 12일엔 2만5220.88을 기록하면서 일본 거품경제 끝물 시절이던 1991년 3월 2만6613.19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강세의 가장 큰 배경은 물론 미국이다. 미국 대선 결과가 확정되면서 불확실성도 해소된데다 화이자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자 전세계 증시가 ‘백신 랠리’로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만의 힘도 있다. 먼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가장 큰 몫하고 있다. BOJ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직접 매입하면서 주식시장을 부양하고 있는데, 올 3월부터는 그 규모를 기존 6조엔(63조6000억원)에서 12조엔(127조2000억원)으로 두 배 늘렸다. ETF를 1조엔(10조6000억원) 어치 살 때 마다 닛케이지수는 약 260포인트가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3000포인트는 BOJ가 끌어올린 셈이다.
BOJ 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연금인 공적연금(GPIF)도 2014년부터 국내 주식 운용 자산 비중을 12%에서 25%로 대폭 늘려 일본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실제 BOJ와 GPIF는 도쿄증시 1부 상장기업 2166개 중 80%에 달하는 1830곳의 대주주다.
일본 정부도 두 차례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60조7000억엔(643조3700억원)을 쏟아부었다. 코로나19 이후 일본 내 풀린 돈은 약 80조엔(848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유동성이 풀린 만큼, 주식시장 역시 오름세를 탄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일본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도 투자심리를 달군 한 요인으로 꼽힌다.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6700억엔(7조1000억원)을 투입해 미쓰비시상사와 이토추상사, 마루베니, 스미토모상사, 미쓰이물산 등 일본 5대 종합상사 주식을 5% 이상씩 사들였다. 버크셔해서웨이가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개별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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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올해 2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28.1%(연율 기준) 하락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30년간의 저성장, 저물가가 지속하며 정부가 재정을 풀다 보니 부채 역시 심각하다. 올해 일본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255.2%로 지난해보다 28.2% 상승할 전망이다. 한국(48.4%)보다 6배는 높은 수치다.
코로나도 여전히 골머리다. 14일 일본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1739명으로 닷새째 1000명을 넘어서고 있다.누적 확진자수는 11만7267명에 달한다. 일본 내에서도 ‘3차 코로나 대확산’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가 크다.
골드만삭스증권의 이시바시 타카유키 부사장은 “일본 내 코로나 감염 재확산, 미국 상원 선거 결과 행방 등 여전히 불확실한 면이 많다”면서 “지수가 올랐다고 지금 매수에 나서는 추격매매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