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세율 6%로 인상시 종부세 두 배 넘게 올라”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은 종부세 최고세율을 6.0%까지 올린단 방침이다. 지난해 12·16 대책에 담은 최고 4.0% 인상안보다 더 세다. 현행 종부세율은 0.5~3.2%로, 94억원 초과 구간에 최고세율이 매겨지고 있다. 이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실제로는 1주택자의 경우 보유한 집값이 162억1000만원을 초과,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한 집값의 합이 157억8000만원을 초과한 경우에 해당한다.
최고세율이 현행 3.2%에서 6%로 두 배 가까이 오르면 세부담은 폭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본지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 의뢰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와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이스트윙(269㎡), 강남구 은마아파트(84㎡) 등 아파트 3채를 가진 A씨는 내년에 내야 할 종부세가 3억4765만원에 이른다. 공시가격도 10% 오른다는 가정에서다. 올해 내야 할 종부세는 1억5877만원으로, 세율 인상 시 종부세는 두 배 넘게 오르는 셈이다.
종부세율 인상은 종부세로만 끝이 아니다. 농어촌특별세 등과도 연동된다. 이에 따라 A씨가 내야 할 보유세 합계는 올해 2억2646만원에서 내년 4억5800만원으로 폭증한다. 정부여당은 그간의 ‘핀셋규제’ 기조에서 전환해 종부세율을 구간별로 올릴 예정이어서, 최고세율 아래 구간에 해당하는 주택보유자의 세부담도 줄줄이 오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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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은 종부세율을 큰 폭으로 올려 다주택자와 ‘투기세력’을 잡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세율 인상이 집값 안정과 매물 증가라는 효과를 낼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가장 가까운 과거 사례를 봐도 효과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정부는 이미 2018년 9·13대책을 통해 종부세율을 한 차례 올렸다. 서울·세종 전역과 부산·경기 일부 등 집값이 급등한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최고세율을 3.2%로 중과하고, 세부담 상한도 150%에서 300%로 올렸다. 과표 3억∼6억 원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0.7%로 0.2%포인트 인상했다. 2018년 말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서울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세율 인상만이 아닌 9·13대책의 전반적인 규제 강화와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에 따른 결과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세금을 인상한다해도 대책 발표시점과 부과 시점이 달라 매도시점이 분산돼 효과를 따지긴 쉽지 않다”면서도 “현 정부에서 3년 동안 꾸준하게 공시가격과 종부세율 인상 등 세부담을 늘렸음에도 최근에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세제로 집값잡기는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반발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까페에선 “월세 수익률이 2%인데 세금을 6% 내라고 하면 어떡하나. 코로나19든 뭐든 진짜 시위라도 하고 싶다”는 등 당정의 종부세 인상 추진을 성토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거주하는 C씨는 “한 해도 빠짐없이 종합소득세 인상에 걱낭보험료 인상, 재산세 인상, 종합부동산세 인상을 돌려가면서 하고 있다”며 “재산세 고지서 받고 놀랐는데 내년에 종부세가 또 올라간다고 하니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보유세 강화는 시장에 ‘앞으로 주택을 사지 말아야 한다’는 시그널을 줄 뿐”이라며 “양도소득세 중과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현재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 주택을 팔라는 신호를 주기엔 약하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아무리 세금 세게 물리고 집값을 잡겠다고 해도 세금보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가 높다”며 “종부세를 아무리 세게 매겨도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권 교수는 “다주택자가 집을 처분하게 하려면 양도소득세를 낮춰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며 “정부에선 양도세도 높인다고 해 결국 조세저항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