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채권단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이르면 1일 각각 신용위원회와 확대여신위원회를 열고 두산중공업이 제출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검토한 뒤 추가 자금 지원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지난달 29일 구조조정 컨트럴타워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두산의 경영정상화 계획(자구안) 보고를 마친 터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신용위 등에서 자금지원 계획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최소 1조원 이상을 추가 수혈할 계획이다. 두산의 유동성 확보 상황을 봐가며 브릿지론 형태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산그룹이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은 4조2000억원 규모다. 채권단은 지금까지 두산중공업에 총 2조4000억원을 투입해 당장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채권단은 두산중공업 명예퇴직금을 비롯한 구조조정 비용과 앞으로의 운영자금 등도 필요하고 두산이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한 뒤 완전히 정상화하려면 최소 3년 안팎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같이 결정했다. 추가 자금까지 합해 채권단은 두산에 총 3조4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는 셈이 된다.
지원 규모는 자구안 실행 여부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의 자산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지거나 시장 차입이 원활해지면 지원 규모는 줄 수 있다. 반대로 시장 상황이 악화하거나 매각이 불발된다면 채권단의 자금 지원 규모가 애초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잠재 인수자인 국내 대기업들은 시장 상황이 불확실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코로나 19사태 이후 경기가 더 고꾸라진다면 인수자를 찾기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두산중공업은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받는 대가로 구조조정과 사업개편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기로 했다. 두산그룹이 지난 4월 제출한 자구안을 통해 두산중공업을 가스터빈 발전사업과 신재생에너지를 두 축으로 꾸려 나가겠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세계 최고수준의 원자력발전 기술을 바탕으로 수익 대부분을 이 분야에서 창출하고 있다. 그래서 두산중공업의 원자력발전 기술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대주주 유상증자와 주요 계열사, 비핵심자산도 팔기로 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다. 현재 매수자를 찾고 있는 두산솔루스를 포함해 ㈜두산의 알짜 사업부인 산업차량BG(지게차 Business Group)·모트롤BG(유압기기)·전자BG(동박), 두산중공업의 100% 자회사인 두산메카텍 등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주요 계열사’ 매각도 공식화한 만큼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 퓨얼셀도 매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포함해 경기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두산이 일정 대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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