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직증축을 6년 전 허용했지만, 복잡하고 까다로운 규제로 노후 아파트의리모델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수직증축(기술검증)에 대한 규제방향이 가닥이 잡혀야 시장이 방향성에 맞게 움직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규제에 따른 안전성검토 통과 여부를 알 수 없는 등 ‘불확실성’이 너무 커 주민이나 관련 업계 모두 리모델링 사업을 망설이는 상황이다. 수직증축은 ‘사업성’을 담보하지만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2차 안전성 검토’ 통과가 쉽지 않은데다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도 아직까지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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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사업절차는 조합설립→1차 안전진단→건축심의신청(1차 안전성 검토)→건축 및 구조 실시설계→사업계획 신청(2차 안전성 검토)→사업계획승인→이주 및 철거→2차 안전진단→착공 순으로 이뤄진다. 이때 건축심의 신청시 1차 안전성 검토를, 사업계획 신청시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해야만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하다. 다만 2차 안전진단 검증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시 전 단계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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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성지가 까다롭다는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고 착공을 앞두고 있지만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학계 입장이다. 송파성지는 비교적 암반지질로 안정된 지반을 이용해 별도의 말뚝으로 건물 하중을 분산시키지 않아도 증축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단지는 그렇지 않다. 보조 말뚝을 이용해 하중을 분산시켜야 하는데 아직 정부는 이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의 결정이다. 정 자신 없으면 수직증축을 폐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이 경우 370만 가구가 넘는 공동주택 노후화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정책적 대안이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기업과 시장은 건축물 보강으로 수직증축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추진됐던 사업과 기술개발은 다른 대안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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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서는 또 장기수선충당금 적립 정책을 추진해 적립 규모의 수준과 부담 주체를 정해야 한다. 장기수선계획을 공동주택 유형별로 표준화하고 교체·수선·리모델링 주기와 그 소요 비용을 제시, 이를 근거로 장기수선충당금을 한시라도 빨리 적립해 나가야 한다. 적립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에 의한 공공지원 정책 및 금융·예산 지원도 필요하다.
◇착공 단지 ‘전무’, 먼지 쌓인 기술
리모델링 수직증축은 기로에 섰다. 이미 연구단과 학계·업계 등에서 실증사업에 적용 가능한 기술만 △구조안전진단 개선모델 △성능기반 내진설계 시스템 △내력벽철거 최소화 시스템 △리모델링 구조보강 기술 등 22개에 달하지만 이 모든 기술이 리모델링 착공단지가 없어 실증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14년 수직증축을 허용해놓고선 뒤늦게 안전성에 자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직증축의 기본 전제는 추가 하중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인데, 실제 안전성 검토 결과 이 같은 전제에 회의를 갖게 됐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수직증축’과 ‘세대수 증가’를 허용했지만 허용 제도에 대한 뒤늦은 규제라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리모델링 기술이 ‘퇴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현실에서 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대한 입장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기 리모델링 시장에서 소요재원을 세대수 증가로 해결하고자 하는 수요가 수직증축 기술과 합쳐져 현재의 리모델링 사업 수요로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수요는 수도권 1기 신도시 약 28만 가구에 한정돼 있지만 1990년부터 1999년 사이 전국적으로 공급된 약 375만 가구의 노후 아파트를 대상으로 보면 수직증축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더 큰 리모델링 시장이 존재한다. 이들이 준공 후 21~30년이 지나 노후화가 급속히 진행하면서 정부의 보다 신속한 정책 방향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