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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기때도 주식 ‘줍줍’한 개인…낙폭과대株 사들여
25일 이데일리가 한국거래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며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한 2007년 11월 1일부터 2008년 10월 31일까지 개인은 6조 1980억원 가량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기관도 매수세에 동참, 26조 1961억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홀로 41조 6747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한국 주식시장을 떠나갔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개인들은 저점매수에 나섰던 것이다.
해당 기간 세 투자 주체가 사들인 종목을 보면 각기 다른 특징이 엿보인다. 개인들의 순매수는 주로 조선업과 중공업에 집중됐다. 순매수 1위 종목은 LG디스플레이로 1조 4764억원을 기록했고, 2~4위는 순서대로 △대우조선해양(9847억원) △STX팬오션(8904억원) △STX조선(783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순매수 상위 20종목 중에서 조선업종이 4종목, 중공업종이 4종목이었다. 포트폴리오의 절반 가량을 당시 ‘낙폭과대주’라고 꼽히던 조선·중공업종으로 채운 셈이다.
한편 기관의 경우 삼성전자(005930)와 POSCO(005490) 등 당시 시가총액 1·2위 종목을 나란히 순매수 상위 종목 1·2위에 올려두고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순매수에 나섰다. 반면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에는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없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 1위는 대우인터내셔널(2734억원)이었고, △2위 한국가스공사(2477억원) △3위 동양제철화학(1696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상민 카카오페이증권 연구원은 “개인은 낙폭과대주를 중심으로 사서 포트폴리오가 편중된 반면 기관은 위기시에 재무·경제적으로 잘 버틸 대기업들을 고르다보니 비교적 고르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의 경우 대부분 중형주를 매수했는데, 그중에서도 통신·음식료·보험·증권 등 다소 덩치가 작은 중소형 우량주인 옐로칩 종목들을 많이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당시 개인 수익률 편차는 심해…現 개인 매수는 ‘긍정적’
2008년 10월 31일으로부터 1년 뒤 이들이 투자한 종목들의 주가흐름을 보면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20종목들은 평균 94.23%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종목은 평균 76.28%, 기관의 경우 54.41% 올랐다. 해당 기간 코스피 지수는 42.01% 상승했다.
평균으로만 보면 개인의 수익률은 양호한 편이지만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개인 간 수익률 편차가 심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이 매수한 종목 중 1000% 이상 수익을 낸 STX팬오션을 제외하면 나머지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 가량에 불과하다”며 “개인의 경우 수십개의 종목을 모두 들고있기도 어렵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올린 일부 종목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수익률 차이도 매우 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의 저점 국면에선 개인들의 매수가 비교적 기민하게 이뤄지면서 수익을 본 경험도 적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의 개인 매수세를 마냥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의 경우 한국시장이 매력적이어도 환차손 문제 때문에 외환시장이 안정돼야 들어오기 때문에 바닥을 치고 어느정도 올라오고 나서야 들어오지만, 개인은 바닥부근에서 먼저 접근해 양호한 수익률을 낸 때도 상당히 많다”며 “한국 증시가 IMF 이후 역사상 두번째로 싼 수준이라는 점과 주식시장의 변동성 지표 등을 고려해봤을 때 최근 개인들의 순매수세를 부정적으로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대형주 중심의 매수세도 유효한 전략이라는 판단이다. 강 연구원은 “시장이 급락한 뒤 주가가 복원될 땐 직전 주도주가 강한 경향을 보인다”며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낙폭 과대주를 사는 것도 중기적(3~6개월)으로는 추천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