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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숙제…집토끼 vs 산토끼 우위 논쟁
총선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른바 ‘집토끼·산토끼 논쟁’이 한창이다. 집토끼는 지역과 이념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 지지층을 뜻한다. 민주당 입장에서 집토끼는 호남 또는 진보 지지층이다. 한국당의 입장 집토끼는 영남 또는 보수 지지층이다. 반면 산토끼는 부동층 또는 보수·진보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중도층을 뜻한다. 중요한 건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집토끼 사수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점이다. 반드시 전통적 지지층을 확고한 기반으로 한 뒤 외연확장에 성공해야 한다. 쉽지 않은 숙제다. 대선·총선·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의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해묵은 논쟁이다. 정답은 없다.
더구나 21대 총선은 더 복잡해졌다. 연동형 선거제 도입에 이어 선거연령 만 18세 인하 여파 때문이다. 이례적인 다당구도에 보수분열이라는 변수도 추가됐다.
주어진 정치적 환경과 조건에서 집토끼 사수·산토끼 공략의 황금비율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문제는 늘 과유불급이라는 점이다. 집토끼를 지키는데 지나치게 열중하면 산토끼를 잡을 수 없다. 확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산토끼를 잡는 데만 힘을 쏟으면 집토끼가 가출할 수 있다. 전통적 지지층이 반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정치 지도자들은 늘 결정장애에 시달린다. 집토끼를 사수하자니 산토끼가 너무 커 보인다. 그렇다고 산토끼에 눈길을 주면 집토끼가 반발할까 걱정이다. 최악의 경우는 집토끼도, 산토끼도 놓치는 것이다. 예외적인 경우는 참여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밀어붙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12년 대선국면에서 경제민주화 프레임을 선점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정도다.
◇민주, 산토끼 확장 통한 단독과반 물음표…한국, 집토끼 올인에 외연확장 난망
민주당은 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에서 3연승을 거뒀다. 이번 총선까지 승리하면 전국 단위 선거 4연승이다. 이제껏 없는 신기록이다. 집권 4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민주당 지지율도 한국당보다 앞서 있다. 지난해 조국 정국 당시 여론의 반발에도 ‘조국사수’을 외친 것은 ‘집토끼가 흔들리면 안된다’는 전략적 계산 때문이었다. 상황은 나쁘지 않다. 아직 집토끼 가출을 걱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다만 더 많은 산토끼를 잡는 게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조국사태의 여파는 추미애 법무장관 임명 이후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더구나 부동산정책 실패를 비롯해 현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물음표는 총선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든다. 지난 지방선거와 달리 보수의 지리멸렬에도 민주당이 ‘단독 과반의석 확보’를 손쉽게 예상하지 못하는 이유다.
한국당의 상황은 더 복잡하다. 단식과 장외집회 등 반정부투쟁으로 집토끼는 잡았지만 개혁·중도보수로 불리는 산토끼와는 더 멀어졌다. 더구나 보수의 사분오열은 최대 난제다. 보수대통합이 전제되지 않으면 중도로의 외연확장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반(反)문재인 연대를 고리로 집토끼 복원이 가능할지조차 의문이다. 우선 탄핵의 상처가 여전하다. 국정농단 사태 이전만 해도 새누리당이라는 한지붕이었다. 이후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우리공화당으로 쪼개졌다. 한국당은 진퇴양난이다. 새보수당의 손을 잡으면 공화당이 반발한다. 그렇다고 공화당의 손을 잡으면 새보수당을 포기해야 하는 처지다. 전통적 지지층 사수와 외연확장의 딜레마 속에서 길을 잃었다. 문제는 보수 분열로는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선거에서 민주당에 어부지리를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보수분열은 필패’라는 공식은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분명하게 확인됐다. 한국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군소정당, 집토끼·산토끼 논쟁 무의미…4월 총선은 독자생존 시험대
여야 거대 양당을 제외한 군소정당들의 사정은 그야말로 ‘대략난감’이다. 집토끼·산토끼 논쟁이 무의미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 물론 4월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제 도입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다만 거기까지다. 끝없는 내홍으로 만신창이가 돼버린 바른미래당은 지켜야 할 전통적 지지층이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하다. 안철수 전 대표가 정계복귀 이후 보여줄 정치적 파괴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또 역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느슨한 또는 강고한’ 연대를 유지해왔던 정의당은 사실상 독자생존의 시험대에 올랐다.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진보정당’이라는 일부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투표 공식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내심 10% 이상의 정당 지지율로 20석 이상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희망하고 있지만 상황은 미지수다. 연동형 비례제의 최대 수혜주인 정의당에 대해서 예상밖 견제심리가 작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정의당은 20대 총선에서 7.23%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다. 전신정당의 경우 △민노당은 17대 총선 13.03% △18대 총선 민노당 5.68%·진보신당 2.94% △19대 총선 통합진보당 10.30%를 각각 기록했다.
이밖에 새로운보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의 경우 향후 예상되는 정계개편은 물론 정치권 합종연횡의 과정에서 당의 존립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