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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묵인' 역풍…여야 밀착 속 최측근도 "최대 실수"

이준기 기자I 2019.10.10 05:48:42

''親트럼프'' 그레이엄 "대통령직 위태롭게 해"
공화·민주, 초당적 ''터키'' 제재안 및 결의안 준비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사진 위) 미국 대통령의 ‘묵인’ 속에 터키의 대(對) 쿠르드족 침공이 9일(현지시간) 현실화하자, 미 워싱턴 정가에서 강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사태를 몰고 온 트럼프 대통령 ‘시리아 철군’ 결정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공화당은 야당인 민주당과 손잡고 터키를 향한 초당적인 ‘초강력 제재’를 준비 중이다. 오직 ‘돈’을 위해 ‘동맹’인 쿠르드족을 사지로 내몬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여야의 밀착을 불러온 셈이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점점 정치적 궁지로 몰리는 양상이다.

선봉에 선 인물은 친(親) 트럼프계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아래) 공화당 상원의원. 그는 이날 폭스뉴스의 ‘폭스&프렌즈’와의 인터뷰에서 터키의 침공 배경이 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과 관련, “결정을 바꾸지 않는다면 임기 내 최대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우리가 철수하면 (동맹인) 쿠르드족은 타격을 받고, ISIS(이슬람국가의 옛 이름)는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 나아가 그레이엄 의원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대통령직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강력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라크 철군 결정을 언급, “그때보다 더 나쁜 결정”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그는 “도대체 누가 쿠르드족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지지하겠느냐”며 “트럼프 외에 미국이 쿠르드족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대통령 주장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거듭 비판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터키의 침공은 알카에다와 이란에 이 지역에서 새로운 발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원 공화당 콘퍼런스 의장으로 당내 하원서열 3위인 리즈 제니 의원도 “트럼프의 철군 결정은 역겹고 예측 가능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미국의 적국인 러시아, 이란, 터키를 돕고 ISIS 부활을 위한 길을 열어준다”고 비난했다. 공화당 하원 지도부이자,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 리즈 체니 의원은 “미국이 미국 국토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고 전장에서 IS와 함께 맞서 싸워 온 쿠르드족 동맹을 버리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보를 저해한다”고 했다.

사진=AP연합
공화당은 대(對) 터키 제재를 위해 야당인 민주당과 손을 맞잡을 방침이다. 그레이엄 의원은 “엄청나게 파괴적인 제재 패키지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이번 제재는 터키 경제와 군사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크리스 반 홀렌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터키는 우리의 시리아 쿠르드족 파트너를 공격한 데 대해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양당 상원의원들의 제재 법안은 현재 마무리 단계”라고 썼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양당에서 광범위한 비난을 받고 있다”며 “의회는 결의안이나 다른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터키의 쿠르드족 침공은 트럼프 대통령의 ‘묵인’ 한에 이뤄졌다는 게 정설이다. 미국과 쿠르드족은 2014년부터 동맹을 맺고 IS에 맞서왔다. 쿠르드족은 미국이 자신들의 독립을 지원해줄 것이란 기대 속에 1만1000여명의 희생을 치르면서 미국을 도왔다. IS가 세력을 잃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게 ‘지상전’을 자처했던 쿠르드족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쿠르드족이 주로 거주하는 시리아 북부 지역에 주둔 중인 미군의 철수 결정을 내렸다. 평소 시리아 내 쿠르드족이 터키 내 쿠르드계 반(反)정부 세력과 손잡고 터키의 정치적 안정을 해치고 있다는 게 터키 측은 이날 ‘평화의 샘’이라는 작전명으로 쿠르드족 섬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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