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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웅의 언박싱] 라면으로 재탄생한 추억의 과자 ‘짱구·뽀빠이’

이성웅 기자I 2019.05.25 09:00:00

삼양, CU와 협업해 과자 '별뽀빠이·짱구' 라면으로 재탄생
별뽀빠이는 야끼소바, 짱구는 허니시나몬 볶으면
라면 자체로는 맛 괜찮지만, 기대했던 옛맛에는 못 미쳐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뉴트로(New+Retro) 열풍은 비단 패션 영역의 이슈만이 아니다. 최근엔 식품 영역에서도 옛날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전에 판매하던 상품을 다시 복각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현재까지 판매 중인 상품도 옛날 포장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외식업계에선 1980년대 분위기를 재현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냉동삼겹살도 인기다.

그런가하면 과거에 판매하던 상품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이 뉴트로의 사전적 의미임을 생각하면 뉴트로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편의점 CU와 삼양이 협업해 출시한 ‘별뽀빠이 야끼소바 볶음면’과 ‘짱구 허니시나몬 볶음면’이 대표적인 예다. 1970년대에 출시해 어린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당대 대표 과자인 ‘별뽀빠이’와 ‘짱구’가 라면으로 재탄생한 것.

오뚜기 ‘뿌셔뿌셔’나 농심 ‘쫄병스낵’은 물론 당사자인 별뽀빠이 역시 라면을 응용한 과자다. 이렇듯 라면을 응용한 과자는 들어봤지만, 과자를 응용한 라면은 처음이다. 다소 충격이다.

그럼에도 별뽀빠이의 봉지에 써진 ‘별사탕 별첨’이라는 문구를 기억하고, 짱구를 손가락에 하나씩 끼어먹어봤던 추억을 가지고 있기에 먹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별뽀이 야끼소바 볶음면(왼쪽)과 짱구 허니시나몬 볶음면 (사진=이성웅 기자)
일단 제품 디자인만큼은 옛날 느낌이 물씬 풍긴다. 포장을 뜯으면 안에 라면 대신 과자가 있을 것 같다. 짱구 쪽은 그나마 삼양의 최신 로고를 사용했지만, 뽀빠이는 로고까지 당시 것을 사용했다.

짭쪼름한 맛의 꼬부랑 과자였던 뽀빠이는 야끼소바 볶음면으로 재탄생했다. 간장맛 소스와 마요네스 소스로 맛을 내며, 건더기로는 건문어와 건양배추, 건당근 등이 들어갔다.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계피향을 풍겨 마치 피칸파이의 필링을 발라놓은 듯 했던 짱구는 허니시나몬 볶으면이 됐다. 허니시나몬 소스와 함께 양배추와 큼지막한 햄 건더기가 들어있다.

먹어본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제품 자체의 맛은 나쁘지 않다. 간장 소스의 맛을 감싸는 마요네스의 풍부한 맛은 일본 편의점에서 먹은 인스턴트 야끼소바와 큰 차이가 없다. 허니시나몬 볶음면은 고추와 계피의 매운맛이 어우러져 상당히 매콤한 맛을 냈다.

그런데 재해석이 좀 과했다. 특히, 짱구 허니시나몬 볶음면 쪽이 그렇다. 혀가 기억하고 있던 달콤함은 온데간데없이 매콤함이 주가 된 라면만 남아 있었다. 과자 짱구에 아무리 계피향이 났어도, 계피 특유의 얼얼함은 없었다. 이에 비하면 라면 짱구는 상당히 얼얼한 매콤함을 낸다.

라면이기 때문에 좀 더 라면스러움을 추구한 점은 충분히 이해가지만, 굳이 별뽀빠이와 짱구와 엮지 않았어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이었다. 추억에 기대려고 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가 되진 않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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