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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life]중복 출생신고로 이중 가족관계등록, 특별법으로 정리해야

이승현 기자I 2018.12.29 08:31:58

재혼 후 자녀를 계부 친자로 하려고 중복 허위 출생신고 관행
부성 우선주의에 따른 여성의 고통…제도개선 필요

[엄경천 법무법인 현재 변호사] 우리 민법에 의하면 자녀는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성(姓)과 본(本)을 따르게 된다. 예외적으로 부모가 혼인신고 때 어머니 성을 따르기로 한 경우 아버지가 외국인이면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아버지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게 된다.

지난 2005년 3월 민법 일부개정으로 자녀의 복리를 위해 가정법원 허가를 받아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자녀는 대부분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랐고 성과 본은 바꿀 수 없었다.

2008년 1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개인마다 가족관계등록부라는 신분등록부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자녀는 기본적으로 아버지의 호적에 편제됐다.

자녀가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고 아버지의 호적에 편제되는 것 때문에 이혼과 사별 등으로 여성이 재혼을 하는 경우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미성년 자녀를 둔 여성이 재혼을 한 후 재혼한 남편과 함께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 자녀와 계부(繼父)의 성(姓)이 다르고 호적등본에도 나타나지 않아 재혼가정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종래 미성년 자녀를 재혼한 남편(자녀의 계부)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것처럼 중복으로 허위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래 아버지의 호적부에는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계부의 호적부에도 계부의 새로운 자녀인 것처럼 기재되는 것이다. 탈법적이었지만 관행적으로 매우 널리 행해졌던 것 같다.

같은 사람이 마치 다른 두 사람처럼 이중으로 다른 호적부에 기재됐는데 2008년 이후에는 다른 사람인 것처럼 이중으로 가족관계등록부가 만들어졌다. 신분등록부의 진실성 확보 차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중 가족관계등록(이중 호적)은 어머니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으면 실제로는 한 명인 자녀가 두 명으로 기재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어머니가 살아있을 때 이런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정리를 하는 경우는 드물고 어머니가 사망해 상속 과정에서 이것이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어머니의 상속재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재하지 않는 자녀 때문에 애를 먹는다.

상속재산 처리 방법으로는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를 하기도 하고 실종선고 심판청구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편법 내지 탈법이라고 할 수 있다.

탈법적 상황을 원천적으로 바로잡는 방법은 이중 가족관계등록은 허위 출생신고로 만들어진 위법한 것으로서 그 가족관계등록부를 폐쇄하고 실체관계에 맞는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초해 신분관계를 정리해는 것이다.

중복 출생신고를 할 때 생년월일을 동일하게 신고한 경우에는, 복잡한 절차를 거침으로써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동일하게 사용해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허위 출생신고에 기초해 형성된 계부와의 사이에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을 받아 이중 가족관계등록부를 폐쇄하고 친아버지 호적에 기초해 만들어진 진실한 가족관계등록부를 따라야 한다.

생년월일이 같다면 종전에 사용하던 주민등록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성과 본의 변경허가 심판과 개명허가 결정을 받으면 폐쇄된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형성된 법률관계와 생활관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반면 생년월일이 다르다면, 앞에서의 절차를 거쳐 성명을 일치시킬 수 있어도 주민등록번호는 다르다. 이 때문에 학교의 학적부와 은행이나 보험 등 금융기관, 병의원 등 의료기관 등을 개별적으로 방문해 주민등록번호가 변경될 사실을 판결문 등으로 일일이 소명한 후 변경해야 한다.

이런 문제는 종전 남성 중심의 호주제와 부성(父姓) 우선주의로 인해 여성과 그 자녀가 겪어야 하는 고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혼 또는 사별 후 재혼하는 게 비난받아야 할 행동이 아니다. 비록 탈법적 방법이지만 관행적으로 매우 널리 행해졌던 중복 허위 출생신고로 만들어진 이중 호적 또는 이중 가족관계등록 문제를 재혼한 여성과 그 자녀에게 모두 떠넘기기는 것은 가혹한 면이 있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특별법을 제정해 앞에서의 여러 절차를 하나의 절차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생년월일을 다르게 신고한 경우에도 일정한 기준(생년월일의 차이가 6개월 이내 등)을 정해 생년월일 정정에 대해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면 주민등록번호가 널리 사용되는 우리 사회에서 인적 동일성을 유지하는데 편리할 것 같다.

☞엄경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4기 △한국가족법학회 감사 △한국가족법연구소 대표 △대한변호사협회 전문분야등록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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