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A는 증여세 부과쟁점이 있었던 위 토지를 매매하게 되었고 A 주소 소재지인 지방세무서에 양도소득세 신고를 했다. 그런데 세무서에서 위 토지가 증여세 부과대상으로 보인다며 증여세 세무조사를 개시하겠다는 통지를 했다.
A는 해당 토지에 대한 증여세 세무조사 통지를 받고 혼비백산해 필자를 다시 찾아왔다. 해당 토지에 대해서는 모든 세무조사가 끝났다고 생각해 매도를 했고 이에 양도소득세를 신고했는데 증여세로 또 세무조사를 한다고 하니 놀랄 만도 했을 것이다.
세금이란 것은 본세는 오히려 애교이고 가산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A도 첫 세무조사를 받은 때로부터 시간이 더 경과해 가산세만 해도 상당한 금액에 이를 게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필자는 A와 상담을 한 뒤 두 번째 세무조사는 국세기본법에서 금지하는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 4 제2항에서는 ‘세무공무원은 원칙적으로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하여 재조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단 조세탈루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같은 법 조항 제1호)에는 예외적으로 재조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해당 법 조항은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는 침익적 행정행위에 대한 규정이므로 허용되는 예외사유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해석한다.
당시 세무서의 입장은 지방국세청에서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은 게 이해되지 않으며 명백한 조세탈루로 판단이 되므로 중복 세무조사 허용사유인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안에서 첫 번째 세무조사 이후 새롭게 나온 자료는 어떠한 것도 없었다.
법원은 같은 세목 및 과세기간에 대한 거듭된 세무조사는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나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세무조사권의 남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조세공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종전 세무조사에서 작성하거나 이미 조사된 자료는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두6083 판결)
필자는 이 같은 법령과 판례를 토대로 이 사건의 경우 같은 대상·같은 세목·같은 과세기간에 대한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이고 첫 번째 세무조사에서 나온 자료 외에 추가로 나온 어떠한 자료도 없이 같은 자료를 근거로 기관에 따라 판단만 달리 하는 것은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했다. 필자는 증여세 부과대상인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 없이 과세처분을 할 수 없고 세무조사는 당장 종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위 세무서에선 필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과세처분 없이 세무조사를 종결했다.
세무조사 통지를 받으면 누구나 경황이 없겠지만 옛말에도 ‘호랑이굴에 잡혀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듯이 실체적인 판단 이전에 세무조사 자체에 위법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장보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8기 △콘텐츠 공정거래 법률자문위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조기조정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이사(93대) △박근혜정부의최순실등민간인에의한국정농단의혹사건규명을위한특별검사(박영수 특검) 특별수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