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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온 편지] 102. 포용을 결정하는 몇 가지 요인

한정선 기자I 2018.11.20 06:00:00
유럽 국가별 동성결혼 찬성 비율(출처=퓨 리서치)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최근 시장조사기관 퓨 리서치의 조사 결과를 보면 유럽 지역의 경우 나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에 대한 수용 정도는 종교가 국가 정체성과 크게 결합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종교가 국가 아이덴티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동부와 그렇지 않은 서부 유럽에서 나와 다른 종교를 가진 자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죠.

유럽의 동과 서를 가르던 철의 장막이 무너지고 유럽연합(EU)이 과거 소비에트연방에 속했던 동부 유럽 국가들을 흡수하면서 동부권에도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등 통합의 노력을 펼쳤지만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서부 유럽과 중·동부 유럽의 시각 차이는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퓨 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15~2017년 24개(서부 13개국, 중·동부 11개국) 유럽 국가 성인 5만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무슬림이나 유대인을 가족이나 이웃으로 받아 들이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서부 유럽인들은 절반 이상이 ‘그렇다’고 답한 반면 중·동부 유럽인들 가운데 ‘그렇다’고 답한 비중은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대상 유럽 24개국 가운데 20개 국에서 기독교가 주요 종교로 조사됐는데 동부 유럽에서는 정교회가, 중부 유럽과 서남부 유럽에서는 카톨릭이, 북부 유럽에서는 개신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부 유럽 가운데서는 무슬림과 유대인을 가족이나 이웃으로 받아들이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50%가 되지 않는 곳은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뿐이었습니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응답자의 88%가 무슬림을 가족이나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고, 96%가 유대인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해 소수종교민족에 대한 수용 정도가 가장 큰 나라로 뽑혔습니다.

중.동부 유럽 가운데 아르메니아가 소수민족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데 대해 가장 비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의 7%만이 무슬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데 동의한다고 답했으며 유대인에 대해서는 28%만이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퓨리서치는 “한 국가 내에서 다수 종교에 속한 국민의 소수 종교에 속한 국민에 대한 태도는 그 국가가 국가의 아이덴티티에 대해 어떠한 개념을 가졌는지에 따라 다르다”며 “예외는 있지만 대체로 중·동부 유럽인들은 다수 국민의 종교인 기독교를 국가 아이덴티티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긴다. 이에 반해 서부 유럽 국가들은 국가 아이덴티티에서 종교를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했습니다.

중·동부에서의 국가 내 기독교 인구 비율이 서부의 기독교 인구 비율보다 높았습니다. 또한 서부 유럽에서는 기독교 비율도 감소하는 추세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 국민은 ‘기독교인으로 길러졌는가’라는 물음에 92%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현재 기독교인인가?’라는 질문에는 66%만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서부 유럽 국가 국민은 중·동부 유럽 국가 국민보다 종교에 대한 헌신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체로 서부 유럽 국민은 중·동부 유럽 국가 국민보다 삶에서 종교의 존재에 대해 덜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11%, 영국에서는 10%만이 ‘종교가 삶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반면에 그리스나 루마니아에서는 각각 응답자의 55%, 50%가 종교가 삶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모든 서부 유럽 국가들에서 소속된 종교가 없는 국민이 최소 15%는 됐으며 체코공화국은 종교가 없는 인구 비율이 72%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민족주의 정도와 관련해서도 서부와 중·동부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중·동부 유럽인들은 대체로 ‘우리의 문화가 다른 문화보다 우월하다’는데 쉽게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지아, 불가리아, 러시아, 보스니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그리스에서 이같은 태도가 짙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퓨리서치는 “이번 조사 결과는 동부에서는 종교적 민족주의 수준이 높고, 서부는 문화적 다양성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동성 결혼과 관련해서도 중·동부 유럽과 서부 유럽의 시각 차이가 뚜렷했는데 이것은 서부 유럽에서는 대체로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한 데 반해 중·동부 유럽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부 유럽 국가들에서는 모두 과반수가 동성 결혼에 찬성한다고 답한 것에 반해 동부 유럽 국가에서는 대부분 과반수가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조지아, 아르메니아, 러시아, 몰도바 등지에서는 응답자 90% 이상이 반대하면서 가장 동성 결혼에 가장 적대적인 국가들로 나타났습니다.

동성결혼에 대해 가장 우호적인 국가는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로 나타났습니다. 스페인, 프랑스,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에서도 70% 이상이 동성결혼에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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