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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록 소주’ 문화 꽃피운 조태권…“증류식 소주시대 올 것”

강신우 기자I 2018.11.14 06:00:00

도자기 사업, 한식·술로 확장…전통 증류식 소주 '화요' 선배
10년 적자 딛고 온더록 소주 전파, 관련 시장 급성장에 ‘숙성액’ 품귀
전통소주, 분위기 있는 고급술로…'1%의 가능성에 도전'

조태권 광주요그룹 회장이 5일 서울 송파구 광주요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희석식 소주는 가고 증류식, 전통소주의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음식은 한 나라의 중요한 문화요, 예술이자 정신이다. 세계 각국을 돌아보면 어디를 가더라도 그 나라만의 전통 음식과 술이 있다. 우리는 어떤가. 자신 있게 우리 음식이라고 내세울 만한 게 있나.”

◇문화보국 핵심은 ‘음식’

조태권(70) 광주요그룹 회장은 지난 5일 서울 가락동 광주요 서울사무소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 술과 한식을 고급화해 대중들에게 선보여 재정립하는 것이 문화보국(文化保國)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한 나라 문화의 핵심은 ‘음식’에 있다는 이야기다.

광주요는 도자기와 술(화요), 음식(가온·비채나)을 만드는 기업이다. 광주요는 1963년 광호 조소수(현 조태권 회장 부친) 선생이 사라져가던 우리 고유의 도자기 문화를 부활시키고 왕실 자기의 전통을 잇기 위해 경기도 광주에 설립됐다. 이후 1988년 2대인 조태권 회장이 선친의 뜻을 계승, 도자기에 담을 술과 음식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광주요의 화요는 2003년 설립됐다. 창업 5년간 매출은 10억원대에 그쳤고 10년간 누적 적자만 100억원이 넘었다. 1960년대 이후 서민 곁에서 사랑받으며 성장한 희석식 소주의 벽을 넘기란 쉽지 않았다. 적자가 흑자로 돌아선 건 2015년, 화요 출시 10년이 되던 해였다. 처음으로 5억원의 흑자를 기록, 매출 109억원을 돌파했다.

조 회장의 ‘뚝심’이 빛을 발하던 순간이었다. 그는 “일제 강점기, 그 시절 문화말살정책은 우리음식 역시 저급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며 “도자기를 시작했던 만큼 우리 그릇에는 좋은 술과 음식이 담겨야 한다는 믿음이 강했다”고 말했다.

◇‘우아한 소주’ 문화 만들다

국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엄 소주 시장은 약 200억원 규모로 전체 소주 시장(2조원)의 1%에 불과한 수준. 조 회장은 그러나 1%의 무한한 잠재력을 간과하지 않는다.
조태권 광주요그룹 회장이 5일 서울 송파구 광주요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희석식 소주는 가고 증류식, 전통소주의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신태현 기자)
그는 “희석식 소주는 가고 증류식, 전통소주의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소주도 더이상 저급한 술이 아니다. 맛을 음미하며 분위기 있게 먹어야 한다. 온더록 잔에 부어 마시는 ‘우아한 소주’ 문화를 만든 조 회장의 주(酒) 철학이다.

지난 2005년 화요의 첫 증류식 숙성 소주 출시 이후 증류식 소주 ‘붐’이 일자 대기업들도 잇달아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2013년 하이트진로가 7년 숙성을 표방한 ‘일품진로’를 내놨고 이후 2016년 롯데주류는 ‘대장부’, 국순당은 ‘려’를 선보였다.

증류식 소주 업계의 양대 축인 광주요와 하이트진로의 최근 3년간 매출을 보면 이렇다.

먼저 화요의 매출 신장률을 보면 2014년 36%, 2015년 51%, 2016년 5%, 2017년 26% 신장했다. 2016년에는 화요 가격 인상 이슈가 있어 전년에 미리 사놓은 수요가 많아 한 자릿수 신장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는 102%, 192%, 37% 38.2% 신장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83%에 달한다.

화요 여주공장 내 목통주 숙성실.(사진=강신우 기자)
프리미엄 소주 시장이 지난 3년 새 급성장하다 보니 ‘숙성 원액’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쌀을 발효하고 증류한 원액을 옹기나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Oak·참나무로 만든 양조용 나무통)에서 수개월에서 길게는 10년간 숙성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급조절 실패 시 숙성원액을 구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파는’ 셈이다.

조 회장은 원액 부족으로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 화요 등 증류식 숙성소주의 성장에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니냐고 묻자 “돈을 보고 음식을 만들면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지 못한다”며 “꾸준히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증류식 소주를 찾는 이들도 자연스레 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술 걸림돌은 ‘종가제’

고급술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주세이다. 현행 주세는 종가제로 매기기 때문에 제품 출고와 동시에 전체 출고가에서 세율이 적용된다.

조 회장은 “좋은 병을 만들고 좋은 포장재를 쓸 수 없다. 순수 술이 아닌 이들 비용을 모두 더한 출고가에서 세금이 매겨지기 때문”이라며 “더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용도 업계에선 부담이 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종가제를 종량제로 개편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한다고 한 것”이라며 “내년에는 꼭 세제 개편이 돼 고급술 시장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1948년 부산 출생 △1973년 미국 미주리주립대 경영학 졸업 △1988년~ 현재 광주요 대표이사△2003년~ 현재 화요 대표이사 △2009년~ 현재 성북문화원 원장 △2012년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 무형유산 자문위원 △2018년~ 현재 서울과학기술대 명예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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