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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최근 자율차와 전기차 분야 수요 급증으로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같은 MLCC 수급 문제가 자율·전기차 기술 발전 및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글로벌 전자부품업계 1위 업체 일본 무라타(Murata)의 쓰네오 무라타(Tsuneo Murata) 회장 겸 사장은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MLCC 제조업체들이 전장용 MLCC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향후 2년 이상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최근 전장용 MLCC의 경우, 일부 차량 제조사에게 공급되기까지 4~5개월 이상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자율차와 전기차 등에 필요한 MLCC 수요는 앞으로 지속 늘어날 전망인데, 이런 현상은 관련 기술 발전 및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기판에 탑재돼 전기를 저장했다가 회로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등에도 두루 쓰이면서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와 자율주행차 기술 향상에 따라 전장용 MLCC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개발 중인 자율차 한 대에는 약 1만6000~2만개 정도의 MLCC가 들어간다. 이는 스마트폰 한 대에 사용되는 MLCC(약 1000개)의 10~20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처럼 전장용 MLCC 수요 증가가 지속되자 해당 분야 업계 1위 무라타는 지난 4월 일본 시네마현과 필리핀 공장 증설에 1000억엔(약 1조31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전장용 MLCC 생산능력을 20% 이상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무라타는 조만간 전장용 MLCC와 관련된 추가적인 투자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 2위인 삼성전기 역시 지난 9월 중국 텐진 생산법인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해 전장용 MLCC 공장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텐진에 위치한 전자기술(IT)용 MLCC 공장과 신설하는 전장용 MLCC 공장을 함께 운영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준공 후 장비 반입 시기 등을 고려하면 삼성전기는 오는 2020년 상반기쯤 텐진 공장에서 전장용 MLCC 제품을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만큼, 중국 시장 선점을 통해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무라타와 삼성전기 이외에도 TDK와 다이요유덴 등 업체들도 전장용 MLCC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급속도로 성장하는 MLCC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신영증권은 전장용 MLCC 시장이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10.8% 급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전자부품업계에서 신규 생산능력을 확대하더라도 전장용 MLCC는 5년 내 공급부족 해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 전장용 MLCC는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