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대체' vs '정년보장' 희비 엇갈리는 대학가 비정규직

신하영 기자I 2018.01.14 09:48:53

사립대 인건비 부담 이유로 청소·경비노동자 시간제로 대체
국공립대, 정부 가이드라인 영향 대학별 ‘정규직 전환’ 논의
대구교대·전북대 학내 청소·경비노동자 정규직 전환에 합의
인천대 ‘직업조교’ 96명 정규직 전환…서울대 이어 두 번째

최저임금 인상과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추진에 따라 청소·경비 노동자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사진 왼쪽은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연세대분회 노동자들이 12일 연세대 신촌캠퍼스 정문 앞에서 ‘비정규직 구조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오른쪽은 지난 3일 전북대 교내 진수당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청소노동자들이 학교 측의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권오석 기자, 전북대)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새해 들어 최저임금이 전년대비 16.4%나 인상되면서 청소·경비노동자 등 대학 비정규직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립대의 경우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청소 노동자를 시간제 근무자로 대체하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반면 국립대에서는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추진에 따라 청소노동자들이 대학과의 협상 끝에 ‘고용 보장’이란 성과를 얻고 있다.

14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고려대·홍익대·인덕대·덕성여대 등 5개 대학은 정년퇴직한 청소·경비노동자(51명)를 시간제 근무자(6명)로 대체, 노동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30명이 정년퇴직한 자리에 시간제 근로자 5명만 고용했다. 고려대도 지난해 정년을 맞은 전일제 청소노동자 10명 대신 3~6시간짜리 시간제 노동자를 고용할 방침이다.

◇ 교육부 “비정규직 고용 안정에 협조” 공문

정부는 이러한 움직임이 대학가로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최근 전국 400여개 대학·전문대학·사이버대학·대학원대학에 협조 공문을 전달했다고 12일 밝혔다. 교육부는 공문을 통해 “최근 일부 대학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학생 안전, 교육환경 개선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안정에 함께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고려대 교수 출신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11일 고려대를 방문해 “청소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고용안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 측이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국립대에선 청소·경비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논의가 한창이다. 이 가운데 대구교대가 지난해 7월31일 국립대 중 처음으로 청소·경비노동자 31명의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다. 청소직 19명, 경비직 12명의 정년을 65세까지 보장하고, 취약한 근로환경을 개선해나가기로 양 측이 합의한 것이다.

◇ 전북대·대구교대 “청소노동자 정규직 전환”

전북대도 지난 1일자로 청소노동자 11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전북대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직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어 정규직 전환 논의를 벌인 끝에 노동자들의 정년을 최대 65세까지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남호 전북대 총장은 “정규직 전환 태스크포스에서 대학과 노동자가 서로 양보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며 “이러한 과정이 사회 양극화 해결과 사회통합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대의 경우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상시·지속적 업무 종사자는 파견·용역 근로자라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된다. 특히 국립대의 경우 교직원 인건비를 국고에서 지원받기 때문에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형편이다. 대구교대·전북대를 비롯해 전국 58개 국공립대에서 청소·경비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논의가 진행되는 이유다.

대학 조교직도 소속 대학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인천대는 조교 9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5월 100일간의 합의 끝에 조교 250명 전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서울대에 이어 두 번째다.

◇ 대학 조교도 소속 대학 따라 희비 교차

대학 조교는 연구와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 조교’와 일자리와 임금을 목적으로 하는 ‘비학생 조교(직업형 조교)’로 나뉜다. 이 중 학생 조교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다.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된 서울대·인천대 조교들은 모두 ‘비학생 조교’들이다.

양승모 전국대학노조 인천대지부장은 “조교 정년을 60세로 보장하고 노동조건의 후퇴 없는 정규직 전환에 학교 측과 합의했다”며 “임금 인상 등은 추후 학교 측과 계속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와 인천대 조교들이 학교 측과의 협상 끝에 ‘정규직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법인화 전환 때문이다. 서울대는 2011년에 국립대에서 국립대법인으로, 인천대는 2013년 시립대에서 국립대법인으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조교들의 신분도 ‘교육공무원’에서 법인의 ‘기간제 직원’으로 바뀌었고 노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졌다. 반면 나머지 국립대의 조교들은 모두 교육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법에 따라 노조활동이 불가능하다.

임효진 전국대학노조 국공립대본부장은 “국립대 조교의 경우 교육공무원으로 분류, 노조활동이 제한돼 있어 처우개선을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들이 최소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별도의 처우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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