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을 넓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하는 등 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미국은 여전히 인내하는 전략을 버리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의 정권 교체를 원하고 않고 북한과 대화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렉스 틸러슨 장관은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으며 북한의 정권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 한반도의 통일 가속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38선 이북으로 미군을 보낼 구실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당신(북한)의 적이 아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에게 수용하기 어려운 위협을 주고 있고 우리는 대응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북한과) 마주 앉아 미래에 대해 대화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물론 틸러슨 장관은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핵무기 포기’를 제시했지만, 미국과 북한의 긴장 국면이 크게 높아진 시점에서 대화 카드를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상징적이다.
최근 미국 내 기류는 심상치 않았다. 북한이 두 차례의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미국 내에서 김정은 정권을 제거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미국 정부 관점에서 중요한 일은 핵 개발 능력과 핵 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떼어놓는 것”이라며 북한의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여전히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을 당장 빼들 생각은 없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 북한을 경제적으로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기존의 ‘최대의 압박’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틸러슨 장관은 “다른 옵션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일단 참을성을 가지고 북한을 지켜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북한에 대한 강경 군사 전략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경파에 속하는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이날 N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을 공격하려고 한다면 북한과 전쟁을 벌일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다.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북한을 파괴하는 군사 옵션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대화의 시점이 언제인지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