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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 끝낼 때 됐다

논설 위원I 2017.05.19 06:00:00
어제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제37주년 기념식은 문재인 정부의 첫 공식 기념행사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참석자도 작년의 3배가 넘는 1만여 명으로, 5·18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 이후 최대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고 선언해 박수를 받았다.

올해 기념식의 백미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마다 논란거리였던 노래 형식이 9년 만에 합창에서 다시 제창으로 바뀐 것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만 해도 모든 참석자가 함께 불렀으나 이듬해에는 식전행사에서 합창단에 맞춰 희망자만 따라 부르는 식으로 바뀌었다. 5·18을 다룬 북한 영화 ‘임을 위한 교향시’에 나온 노래라는 등의 이유로 보수진영 일각에서 이의를 제기한 결과다.

5·18유가족회 등이 기념식을 따로 여는 등 강력 반발하자 2011년부터 이 노래가 본행사에 다시 포함됐으나 논쟁은 여전했다. 합창 형식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제창으로 돌리라는 야당과 5·18 관련단체의 줄기찬 요구는 공식 기념곡이 아니라는 형식논리에 막혔다. 국회가 5·18 공식 기념곡 지정 결의안을 통과시켰어도 박근혜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4·19혁명, 부마 민주항쟁, 6·10 민주항쟁과 더불어 독재정권에 맞선 시민 저항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5·18 민주화운동이 한낱 노래 형식으로 인해 이념 갈등의 대상으로 변질되는 비정상은 이제 끝낼 때가 됐다. 문 대통령도 기념사에서 “오늘의 제창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5·18 관련단체들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결론나든지 반대파를 설득하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지난 정권들과 다를 바 없다. 문 대통령의 취임 약속인 국민 대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설득 노력이 필요하다. 대선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다가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적폐 가수’로 몰렸던 전인권에게 기념식에서 열창할 기회를 허용한 것을 보면 어림없는 기대만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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