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과 이름이 비슷한 김광식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인지과학의 성과를 철학적으로 해석하는 인지철학자다. 김 교수는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말을 빌려 “몸의 병을 물리치지 못하는 의술이 아무 소용없듯이 마음의 고통을 물리치지 못하는 철학 또한 아무 소용이 없다”며 김광석의 노래 12곡과 함께 12명의 철학자를 연결해 소개한다.
가령 ‘이등병의 편지’에는 칸트가 말한 ‘자기비판의 철학’을 담아냈다. 입대 전의 세상은 자기중심으로 돌아갔지만 군대에서 나란 존재는 조직의 부품이 되고 만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경험을 한다. ‘어린아이에게서 어른의 모습을 볼 때’라고 읊조린 ‘슬픈 노래’에선 자유로운 삶을 염원한 니체의 철학을 떠올린다.
김광석이 직접 작사·작곡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통해서는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 우리 삶의 이상향에 대해 펼쳐놓는다. 떠난 연인에 대한 이별의 심정을 담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에서는 이성으로 감정을 통제하려는 데카르트의 ‘합리주의 철학’을 발견한다. ‘말하지 못한 내 사랑’에 와서는 ‘몸이 선택한 행동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인지철학의 메시지를 읽어낸다.
김광석의 노래와 절묘하게 대구를 이루는 철학자의 사상을 읽다 보면 결국 인생의 여러 감정의 근원과 마주친다. 김광석의 노래가 삶의 마디를 따뜻하게 이어주는 고리역할을 했다면 철학자들의 사상은 삶의 기둥을 단단하게 고정하는 주춧돌이 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