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눔과 베품은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진정한 나눔이란 어떤 것일까?
“진짜 나눔은 마땅히 해야 하는 것, 그리고 누구나 다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재산이) 없어도 해야 돼요. 없으면 없는대로…”
국내 유일의 청각장애인 전문 민간지원단체인 (사)사랑의 달팽이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민자 씨의 말이다.
“나눔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시켜야 해요. ‘세 살 버릇 여든간다’는 속담이 허투루 나온 말이 아니에요. 나눔이 몸에 배어 있어야 진심으로 남을 도울 수 있어요.”
김 회장은 자신도 유명 배우지만 ‘국민 아버지’인 최불암(73) 씨의 아내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970년 결혼해 43년간을 함께 해온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이자,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봉사부부’이기도 하다.
◇“엉겁결에 맡았지만 이제는 삶의 보람”
1942년생.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화사했다. 여전한 미모덕도 있겠지만 칠순을 넘긴 ‘할머니’라는 게 믿기지 않는 활기가 그를 생생하게 만드는 듯 했다.
27일 서울시 군자동의 (사)사랑의 달팽이 사무실에 만난 김 회장은 “오늘 한 건했다”는 자랑으로 말문을 열었다. 인터뷰 직전에 한 기업와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김 회장은 “감사한 일”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 회장은 2006년부터 8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사랑의 달팽이는 기업이나 일반 시민 대상 모금활동과 자선행사를 통해 청각 장애인들의 귀를 열어주는 사업을 한다.
청각장애 아이들에게 인공와우 수술비용과 이후의 언어재활 치료비용을 지원해준다. 인공와우는 달팽이관 내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뇌가 소리를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전자장치다. 보청기 등 다른 청각 보조도구를 착용하고도 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을 겪는 환자에게 시술해, 난청이거나 양쪽 청력을 모두 잃어 전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돕는다. 청각장애 어른들에게는 주로 보청기를 지원한다. 사랑의 달팽이는 지난 2004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총 207명에게 인공와우 수술비를 지원했다. 보청기를 지원받은 인원은 540명이다.
사업내용을 설명하는 김 회장에게선 사랑의 달팽이가 해온 청각장애인 지원 사업에 대한 애착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8년 세월을 청각장애인 지원사업에 몸 받치는 게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김 회장은 “처음에 이 단체의 회장직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계속 거절했다”며 “진짜 엉겁결에 하게 됐다”고 웃었다. 김 회장에게 사랑의 달팽이의 회장직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박기현 아주대의료원 교수(전 부총장)이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박 교수는 김 회장에게 “귀는 여성을 뜻한다”며 “그래서 여자가 해야 한다”며 몰아붙였다고 한다.
청각장애인은 장애가 외형상 드러나지 않는다. 대화를 나누기 전까진 일반인들은 장애사실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다른 장애인에 비해 사회적 배려와 지원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김 회장은 일반인과 자연스레 대화하는 게 어렵다보니 청각장애인들은 사람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회장직을 맡으면 숙명이라고 생각했다”며 “애착이 없었다면 8년째 이일을 하고 있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을 돕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일반인 참여 아쉬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봉사와 나눔이란 주제로 넘어갔다. 김 회장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37년간 젓갈을 팔아 번 돈 23억원을 불우이웃과 학교에 기부한 유양선(80) 할머니의 얘기를 꺼냈다. 그는 “그 분 인터뷰를 봤는데 표정이 정말 당당하고 자신만만했다”며 “그 분이 기부를 통해 행복해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김 회장은 “행복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며 “그 중 하나가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군가 좀더 행복해지도록 돕는 게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고도 했다. 봉사와 기부는 남을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가 봉사와 자선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연기자라는 남다른 직업 때문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을 봉사를 통해 다시 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회장은 남편 최불암씨가 봉사활동에 나서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MBC의 장수 인기드라마였던 ‘전원일기’에서 극중 최씨가 시장을 떠돌던 고아 금동이를 집으로 데려와 막내로 입양해 키우는 장면이 있었다고 한다. 30여년 전인 1981년도의 일이다.
드라마가 방영된 후 최불암 씨에게 “정말 좋은 일을 했다”는 시청자들의 격려편지가 쏟아졌다고 한다.
김 회장은 “드라마 내용은 작가가 만든 것인데 정작 사람들은 최불암이 좋은 일을 한 줄 안 것”이라며 웃었다.
격려편지에 감동한 최씨는 1983년부터 어린이재단에서 아내와 함께 후원자 모집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최씨는 현재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렇지만 나눔은 이처럼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만 하는 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랑의 달팽이 후원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 시민들의 참여’라고 잘라말했다.
김 회장은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일반 시민들이 나눔에 동참하는 것을 어려워 한다”며 “가난 때문에 외국의 도움을 받던 시절을 겪어서 인지 ‘내가 어느정도 여유가 되야 남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도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가 됐기 때문에 환경은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나눔과 봉사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나눔이 아직 익숙하지 않다”며 “어느날 갑자기 사람이 나눔에 나서지는 않는다. 정말 어려서부터 교육을 시켜 봉사하고 나누는 행위가 자연스러워져야 한다”고 했다.
8년간 이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아이들이라고 했다. 사랑의 달팽이는 인공와수 수술과 이후 언어재활교육을 통해 청각장애를 회복해 가는 아이들로 구성된 ‘클라리넷앙상블연주단’을 운영하며 매해마다 연주회를 갖고 있다. 클라리넷은 사람의 음색과 가장 유사한 악기로, 청각장애의 극복과 재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 올해는 11월에 정기연주회가 예정돼 있다. 9회째다.
김 회장은 “아이들의 밝은 표정에서 자신감이 보여 참 좋다”며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엄마들의 표정에서 정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연기자 김민자는?
만 71세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퇴를 하고도 많은 시간이 지났을 나이다. 그 역시 지난 2001년 드라마 ‘순자’를 마지막으로 오랜 공백기를 가졌다가 2010년 드라마 ‘폭풍의 연인’으로 10년만에 연기자로 복귀한 바 있다. 10년만에 연기자로 복귀했던 소감을 묻자 “방송환경이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럼 연기자 김민자를 다시 TV에서 볼 수 있을까?
“사회생활을 연기자로 시작했는데 꿈을 버린 것은 아니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어떤 한사람을 근사하게 표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연기를 다시 할 생각입니다”
|
◇김민자 사랑의달팽이 회장 약력
지난 1942년 태어나 만 21세인 1963년 KBS 3기 공채텔런트에 뽑혀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1970년 최불암 씨와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1980년 16회 백상예술대상 TV 대상과 1984년 1회 방송대상 TV 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 ‘보통사람들’, ‘야망의 세월’, ‘젊은이의 양지’, ‘보고 또 보고’ 등이 있다. 지난 2000년에는 서울시 홍보사절로 위촉된 바 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청각장애인 전문 민간지원단체인 (사)사랑의 달팽이 회장을 맡고 있다.
|
▲대표전화 (02) 541 - 9555
▲후원계좌 1005 - 301 - 154353(우리은행), 예금주 : (사)사랑의 달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