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편의점 본사, 500억 밴사 리베이트 '독식'

이학선 기자I 2013.08.07 08:17:41

밴사에서 받은 리베이트, 지난해 500억 넘어
전액 본사 귀속..카드수수료는 가맹점주에 넘겨

[이데일리 이학선 이진우 기자] “말로만 상생이에요. 손님이 카드를 긁으면 카드수수료는 가맹점과 본사가 6대4나 7대3의 비율로 분담합니다. 그런데 본사가 밴(VAN)사로부터 받은 돈은 나눠주지 않아요. 비용은 가맹점에 전가하고 수익은 본사가 챙기는 거죠.” -전 CU편의점주 정인식(가명·48)씨.

6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편의점 본사와 밴(VAN)사의 리베이트 거래 내역에 따르면 국내 주요 편의점들이 지난해 밴사로부터 받은 리베이트가 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본사가 카드사에 지급한 결제수수료의 2배나 되는 금액을 돌려받은 것이다.


밴사는 카드승인이나 매입업무 등을 처리하면서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이렇게 받은 수수료의 일정액을 대형가맹점이나 프랜차이즈 본사에 직접 리베이트로 제공해왔다.

올해 6월까지 서울 강남에서 CU편의점을 운영하며 한달에 1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정 씨는 하루 평균 700건 가량의 카드결제를 받았다. 정 씨의 편의점이 카드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월 140만원 정도. 본사가 40만원을 댔고 나머지 100만원은 정 씨가 부담했다.

현재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 편의점 본사는 카드수수료의 30~40%를 내고 나머지 60~70%는 가맹점주가 내도록 하고 있다.

정 씨는 “수익배분비율에 맞춰 가맹점주와 본사가 비용(카드수수료)을 분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이 있다면 가맹점주와 나눠야하는데 본사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다.

밴사가 지급한 리베이트는 편의점 본사가 고스란히 가져간다. 편의점업계 본사 관계자는 “본사의 비용과 투자로 전산시스템을 구축했고 밴사가 하는 업무를 대부분 본사가 대행하고 있어 그 실비와 용역수수료를 받은 것”이라며 “가맹점주가 부담해야할 카드수수료도 지원하는데, 밴사에서 받은 돈까지 배분하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현재 밴사 선정은 가맹점주가 아닌 편의점 본사가 직접 한다. 10여개가 넘는 밴사중 1~4개사를 선정해 이들 밴사 외에는 카드승인 업무 등을 할 수 없도록 해놨다. 익명을 요구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본사가 가맹점주의 선택권을 제한해 특정 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그 대가로 독점적인 이익을 챙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밴(VAN·부가가치통신망)사 = 카드 가맹점이 신용카드 거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밴사는 그 대가로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현재 국내에 13개 업체가 영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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