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기획]"빌붙어 사는 보험회사라고요?"

[이데일리 문정태 기자]캐나다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손예리(29세·가명)씨에게는 들을 때마다 무엇인가 어색한 느낌이 드는 회사 이름이 하나 있다. LIG손해보험(002550)이라는 회사가 바로 그곳.

손 씨는 “아직까지 한국에서 ‘보험’은 지인들을 상대로 알음알음으로 판매하는 일이 많아서 인식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리그(lig)라는 단어가 ‘빌붙어 살다’는 뜻인데 보험사의 이름으로 적절한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고 말했다.

LIG그룹(손해보험)의 로고

실제로 상당수의 영어권 외국인들에게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lig’라는 단어가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말해줬다. 다만, 실생활에서 잘 사용되지는 않는 단어로 알고 있었다.

LIG그룹은 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름을 쓰게 됐을까. 사연은 이렇다. LG그룹에서 분리된 LG화재는 사명 변경을 추진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이름이 LGI손해보험과 LIG손해보험이었다. LGI는 LG그룹의 색깔이 너무 짙게 배어 있다는 평가를 받아 결국 LIG손해보험으로 결정됐다.

보험업계에서 ‘손해보험’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회사 측은 그룹명인 LIG는 ‘Leading Insurance Group’이라는 의미와 함께 ‘Life is Great’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LIG그룹은 계열사를 하나둘씩 늘려왔다. 올해 현재 금융부문에 LIG손해보험, LIG투자증권, LIG투자자문, LIG자동차손사 4개사, 방산·첨단기술 부문에 LIG넥스원, LIG에이디피 등 2개사, 엔지니어링 부문에 LIG엔설팅 1개사, 서비스·IT 부문에 (주)LIG, LIG시스템, 휴세코, 엘샵, 투모로플러스 등 5개사를 합쳐 총 12개에 이른다. 이가운데 LIG라는 사명을 사용하고 있는 곳이 모두 9곳이다.

그렇다면, LIG그룹은 당시에 ‘lig’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의미를 알고 있었을까?

LIG손해보험 관계자는 “‘lig’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뜻에 대해서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며 “미국이나 영국에 있는 법인과 대리점 등을 통해 뜻과 활용빈도를 조사한 결과 해당 단어가 잘 쓰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사명으로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 이름을 바꾼 지 6년이 지났지만, 국내외에서 별다른 지적을 받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사용하고 있는 이름(회사명)이다”고 덧붙였다.

LIG그룹의 한 계열사 직원은 “그룹의 이름이 결정되기 전에 여러 안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다”며 “LIG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는지도 알지 못했는데, 알고 나니 흥미롭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