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SBS(034120)가 2010 남아공 월드컵 단독중계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증권가의 관심은 `단독중계로 흑자 달성이 가능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우원길 SBS 사장은 15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방송 3사의 스포츠 중계권 갈등과 관련해 마련한 중재 자리에 참석해 "(중계권) 재협상은 늦었다"며 "현실적으로 공동으로 중계방송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SBS가 이 같은 입장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로 예상외의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당초 SBS는 동계올림픽 단독중계로 수십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의 선전으로 올림픽 광고시장 규모가 커졌고, SBS는 약 50억원에 가까운 흑자를 기록했다.
`월드컵 역시 단독중계가 해볼만하다`는게 SBS 내부의 시각이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은 남북이 동반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한국팀 경기의 대부분이 황금시간대에 방송된다. 일각에선 2002년 월드컵 못지않은 열기가 불어닥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비용`이다. SBS는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료로만 760억원을 지불해야하는 상황. 제작비용에만도 수십억원을 쏟아부어야하기에 단독중계가 그렇게 `쉬운 싸움`은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단독중계 역시 흑자 달성이 가능하다"란 입장이다.
한 연구원은 "남아공 월드컵 광고재원을 1200억원 정도로 가정했을때 단독중계를 하든, 공동중계를 하든 흑자 달성이 가능하다"며 "만약 단독중계를 한다해도 광고판매율이 75.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이 경우 대략 70억원 정도의 흑자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물론 공동중계의 경우 330억원 이상의 수익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시장의 예상처럼 단독보다 공동중계가 SBS에 이로운 것은 사실이나 `절대 못할 결단`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물론 시장에서는 SBS의 단독중계에 대해 우려섞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SBS 주가는 연일 약세, 최근 한달간 7.9% 하락했고 코스피지수 대비로는 10.9% 초과 하락했다. 월드컵 독점 중계의 가능성 때문에 조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SBS가 동계올림픽 단독중계로 흑자를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KBS나 MBC가 그 수혜를 못 누린 것 또한 아니지 않느냐"며 "단독중계가 그릇된 판단인 것이 분명한데 이를 지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번 단독중계 논란을 민간기업간 자율협약 문제로만 국한시키지 않고, 중재 입장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보편적 시청권 의무사항이 본래 취지에 맞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방통위는 17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지상파 3사간 중계권 분쟁 관련 중계권 판매, 구매를 지연하거나 거부했는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근거로 현 상황에 대한 시정조치 명령, 과징금 부과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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