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백종훈기자]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배아줄기세포 연구 진위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허위가 아니냐는 MBC PD수첩팀의 의혹제기와 관련, 지난주 MBC가 PD수첩팀의 취재윤리 문제에 대해 사과문을 내고 PD수첩 방영을 잠정 중단함에 따라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사이언스誌에 게재된 황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사진이 조작됐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국내언론은 지난 10일 MBC가 방영 불가입장을 보였던 PD수첩팀의 연구진위 관련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지난 10일 피츠버그대는 자체 조사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사이언스誌도 황 교수팀에 대한 연구진위 검증과 관련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외 학계의 재검증 요구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로써 배아줄기세포 연구진위 논란은 다시금 미궁속의 `진실게임`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진조작 의혹 `본격화`..녹취록 공개
연구진위 논란의 결정적인 계기는 구체적 정황이 제시되고 있는 사진 조작의혹.
피츠버그대 자체 조사단에 포함된 이형기 피츠버그대 의대 교수는 지난 10일 국내 언론에게 "배아줄기세포 사진 2장이 11장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조사중이지만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김선종 연구원이 사진 조작 사실을 알고도 YTN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속였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 프레시안 등 국내언론은 MBC가 방영불가 방침을 밝혔던 PD수첩팀과 피츠버그대 김선종 연구원간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 다시금 연구진위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 사이트(BRIC)에도 황교수 논문에 실린 줄기세포 사진 가운데 여러 장이 동일한 세포를 촬영한 사진이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녹취록은 PD수첩팀이 검찰수사 등 강압과 허위사실을 적시해 녹취한 것으로 그다지 신빙성이 높지 않다.
게다가 녹취록 어디에도 황 교수와 연구원들이 2장의 사진을 11장으로 의도적으로 늘렸다는 대목은 없다. 단지 "많이 만들어 놓자"는 대목이 있을 뿐이며 데이터수집과 편집상의 실수일 수도 있다.
김선종 연구원은 공개된 PD수첩 녹취록과 관련 "보통 그림을 많이 만들어서 황 교수님께 보내면 거기서 가장 좋은 그림을 선택하고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게 관례라고 인터뷰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러한 대목이 때마침 제기되고 있는 피츠버그대 조사단과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의 소장학자들, 일부 언론의 의혹제기와 맞물리고 있는 것이다.
◇변하는 국내외 학계 분위기
줄기세포 진위 논란이 확산되면서 국내외 학계 분위기도 황 교수팀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이언스誌는 지난 10일 "황 교수팀의 연구진위 검증 요구를 사이언스가 막은 적이 없다"며 "국내외 언론의 문의에 황 교수팀이 답하지 말라고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사이언스는 "적절히 권위있는 기관에 의한 배아줄기세포 검증도 기다리고 있다"며 간접적으로 재검증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피츠버그대도 섀튼 교수팀에 파견된 한국인 연구원 3명 등을 포함한 미국 연구진들을 대상으로 줄기세포 관련 조사 방침을 밝히고 있다. 조사단에 포함된 이형기 피츠버그대 의대 교수는 황 교수팀의 사이언스 게재 사진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또 영국과 미국, 일본 등 해외과학계와 서울대 생명공학 교수진 30여명,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소장학자들 등도 꾸준히 연구진위 재검증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어, 황 교수팀은 또다시 불리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 언론사간 보도 엇갈려..`대리戰` 양상
지난 10일 프레시안과 오마이뉴스는 김선종 연구원이 황우석 교수의 지시를 받아 잘못임을 알면서도 사진을 여러장으로 늘렸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YTN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연구원은 PD수첩팀의 강압적인 인터뷰 분위기와 유도심문에 의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인터뷰를 했던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YTN은 김 연구원이 사진을 일부러 늘려 게재할 의도였음을 PD수첩팀에 시인한 적이 없으며, 단지 많이 만들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연합뉴스는 피츠버그대 조사단의 이형기 교수가 김 연구원으로부터 사진조작 사실을 들은 게 아니고 다른 정보원으로부터 사진조작 의혹 정보를 접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 언론사 보도가 다른 언론사 보도에 의해 정면 부정되는 등 줄기세포 연구논란이 언론사간 대리전(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
한편 MBC도 조심스럽게 `줄기세포 전쟁`에 다시 참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MBC 뉴스데스크는 3꼭지의 줄기세포 관련 보도를 통해 사이언스와 피츠버그대가 황 교수팀의 연구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다시 선회했다고 보도했다.
뉴스데스크는 특히 `중복사진 더 있어`라는 제목으로 한국생명과학연구원(BRIC)의 주장을 인용, 사이언스에 게재된 12장의 사진중 3번·4번·7번·8번·9번·11번이 같고 5번·6번·10번이 동일하며, 2번·12번이 같은 사진이라고 밝혔다.
뉴스데스크는 12개의 사진이 대부분 중복 사진이라는 주장이 있다면서, 국내외 학계를 중심으로 재검증 요구가 힘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11일 MBC는 오후 2시부터 긴급 임원회의를 개최, PD수첩 황 교수팀 연구진위 관련 PD수첩 내용 방영여부 등과 징계수위를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