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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옴니버스 영화에서 주연을 맡는 등 꽤 오래전부터 배우로 활동해 왔다. ‘우리들의 블루스’ 극본가인 노희경 작가도 정 작가가 출연한 영화 ‘다섯개의 시선’을 보고 정 작가를 찾아왔다고 한다.
드라마 출연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정 작가의 주업은 캐리커처 작가다. 2016년부터 양평의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려왔다. 그가 화폭에 담은 사람이 4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달 5일 열리는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정 작가를 경기도 양평 화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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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작가의 화실 안은 마치 드라마 속 한 장면 같았다. 얼굴을 맞대고 환하게 미소 짓고, 서로를 끌어안고 해맑게 웃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캔버스가 화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원색의 강렬하면서도 선 굵은 붓터치가 인상 깊은,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화풍의 작품들이 봄 햇살로 가득 찬 화실을 따뜻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정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앞세워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며 경력을 쌓아 왔다. 문호리 리버마켓 야외 전시장에서 진행한 ‘천명의 얼굴(2017)’을 시작으로 ‘니얼굴 2000(2019)’, ‘개와 사람전(2021)’, ‘내가 그리는 너(2022)’, ‘만나면 기분 좋아지는 니얼굴(2022)’, ‘니얼굴 은혜씨(2023)’ 등이 대표적이다.
정 작가가 붓을 들게 된 데는 어머니 영항이 컸다.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정 작가의 어머니 장차현실씨의 작은 화실에서 동네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배웠다.
“잘하는 게 아니라, 그냥 묵묵히 하루하루 그리다 보니까 이렇게 작가가 됐어요.”
정 작가가 준비 중인 이번 전시회 주제는 ‘포옹’이다. ‘포옹은 어떤 전시회냐’는 질문에 정 작가는 “따뜻함, 사랑, 우정, 그 안에서의 포옹”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시고, 그림도 많이 봐주시고,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해요” 정 작가의 얼굴에는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환한 미소가 떠 올랐다.
정 작가가 전하는 ‘따뜻한 감동, 위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작품 60여점을 공개하는 이번 전시회는 갤러리 ‘아트스페이스선’(서울시 중구 통일로92)에서 4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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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붓을 들기 전까지 정 작가는 방안에서 뜨개질로 시간을 보냈다. 세상의 불편한 시선이 만들어낸 시선강박과 조현병까지 겹치면서 가족 외에 다른 이들과의 소통은 끊어졌다.
“은혜가 세상과 단절됐던 것은 언어적 소통이 어려웠던 탓이 커요. 은혜 뿐 아니라 대부분 발달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이죠. 은혜는 그림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었던 거죠.”
정 작가의 아버지 서동일 감독은 정 작가가 사람들을 그리며 소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니얼굴’을 통해 정 작가를 세상에 알렸다.
정 작가의 어머니 장차현실씨에게 은혜씨는 드라마속 영희와 닿아 있다.
“제 삶의 가장 어려움이 은혜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했거든요. 젊었을 때는 삶이 왜 이렇게 가혹한건가 하며 한탄할 때도 많았어요.”
그러나 지금 장차현실씨는 ‘딸카’(딸 카드)를 쓰는 엄마가 됐다고 했다. 정 작가는 자신이 가족 중에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소녀가장’이라고 거들었다.
“은혜가 이전에는 그저 장애인으로, 저 사람은 뭘 할 수 있을까? 이런 시선을 받다 이제는 ‘작가시군요’. ‘감동했어요’ 이런 시선을 받아요. 이런 시선 속에서 은혜는 또다시 성장하고요. 다른 발달장애인들도 용기 내어 바깥으로 나왔으면 해요.”
정 작가에게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지금까지는 사람만 그렸으니까. 동물, 고양이, 사계절, 풍경들, 나무들, 많잖아요. 그려야죠.”
마지막으로 정 작가가 쓴 시 한편을 소개한다. 그가 세상에 전하는 위로와 격려다.
-하면 돼요-
포기하지 말고
힘들어하지 말고
억지로 하지 말고
그럼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