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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의 조사도 유사하다. 지난 5월1주차에 71%까지 올랐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빠르게 가라앉아 지난 17일(14~16일. 성일 1001명 대상) 발표 결과 46%까지 떨어졌다. 부정평가 43%보다 앞서 있어 데드크로스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곧 역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 추세가 심상치 않은 것은 문재인 정부 가운데 가장 위기 상황이었던 지난해 10월 ‘조국 사태’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는 데 있다. 당시 조국 전 법무장관이 자진 사퇴를 택하면서 지지율 하락세는 막아세웠지만 지금은 형편이 더욱 어렵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을 떠받치고 있던 핵심 세력인 ‘30대’와 ‘여성’들의 이탈이 심각하다. 부동산 문제가 집을 구하고자 하는 30대들의 마음을 멀어지게 했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 의혹이 여성들을 돌려세웠다. ‘조국 사태’ 때처럼 인사 카드로 지지율 반등을 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4년차를 접어들면서 한보그룹 등 대기업들의 부도로 지지율이 10%대까지 급락했다. 이 때 김 전 대통령이 활용한 카드가 ‘인사 교체’였다. 고건 국무총리를 필두로 강경식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과 김인호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새롭게 임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그러나 아들 김현철씨가 구속되고 IMF 사태에 이르면서 김 전 대통령은 한 자릿수 지지율로 퇴장했다.
문 대통령이 가장 참조할 만한 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다. 참여정부 역시 임기말 부동산 문제가 불거지면서 끝모를 추락을 겪었다. 노 전 대통령이 활용했던 카드는 ‘대연정’ 제안이었다. 당시 제 1당이던 한나라당에 총리 지명권과 내각 구성권 등을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이었지만 여당에서도 반대에 부딪히며 지지율 반등에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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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가 참고할 만한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뚜렷한 상승세 없이 지속적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던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시키면서 지지율 반등에 가장 효과적으로 성공했다.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문 대통령이 임기 말 남북 관계에 물꼬를 틀 수 있다면 떨어지는 지지율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지지율 반등에 끝내 실패하게 된다면 생각보다 이르게 ‘국회의 시간’이 열릴 수 있다.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검찰총장 등 차기 권력을 향하는 민심이 벌써부터 발빠르게 헤쳐 모이는 중이다. 당청이 그린벨트 해체에 대한 논의를 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인데도 이 의원과 이 지사, 추미애 법무장관 등이 앞다퉈 소신 발표에 나서고 있다.
여당 내에 강력한 차기 주자가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로 자신의 입지를 넓힌 예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이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레임덕에 빠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이 차기 유력 대선 주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막히면서 국정 운영 동력을 상당 부분 상실하기도 했다.
한편 본문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