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푸르덴셜생명의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진행한 예비입찰에 KB금융과 국내 1~3위 PEF인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당초 KB금융의 강력한 경쟁자로 지목된 우리금융은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자본규제로 거액자금 조달 어려웠을 듯
앞서 지난 3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취재진에게 푸르덴셜생명 M&A 참여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업계에선 이번 결과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의 2파전이 예고됐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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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측은 단독 입찰이 아니어도 (인수전에 참여 할)많은 방법이 있다며 여전히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우리금융이 단독 입찰에 나서지 않은 건 자본규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9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1.44%로 14~15% 수준인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낮다. 푸르덴셜생명의 인수가액이 약 2조원대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낮은 BIS 비율 때문에 채권발행 등을 통한 거액의 인수자금 조성이 쉽지 않은 것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주사 출범 1년째인 우리금융에 보수적인 위험자산 평가기준인 ‘표준등급법’을 적용한 영향이 크다. 표준등급법은 자산 위험도 평가 때 금융회사 전체 평균을 적용한다. 우리은행은 올해부턴 자산 위험도를 금융회사 자체 시스템으로 산출하는 ‘내부등급법’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금융당국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우리금융의 경우 표준등급법에서 내부등급법으로 바뀌면 BIS 비율이 약 2%포인트 올라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최근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제재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이 우리금융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은 금융감독원의 경영진 제재심의 진행과 푸르덴셜생명 인수 참여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롯데카드 인수전 사례 재연할까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이 이미 도전장을 낸 PEF와 본입찰에서 함께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해 롯데카드 인수전때도 초기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다가 본입찰 때 MBK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종 인수자가 됐다.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은 롯데카드 지분 79.83%를 1조3810억원에 사들였다.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참여한 PEF들이 우리금융과 인연이 있는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우리금융은 MBK와는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손발을 맞췄고 IMM PE는 현재 우리은행 지분 5.96%를 보유한 과점 주주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 체제를 분리키로 하면서 적극적인 M&A 추진 의사를 밝혀 왔다. 올해 지주사 출범 2년차를 맞아 회장이 증권사와 보험사 등 비은행 부문 M&A와 지주사 완전 민영화 추진에 매진한다는 구상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자산운용사 2곳과 부동산신탁사 1곳 인수를 시작으로 비은행 부문 중심의 외형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금융이 얼마의 가격을 써내느냐가 이번 인수전의 관건이라는 분석도 있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이 보험사 등 비은행 부문 확장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고 자금조달 능력도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은 자회사로 KB생명보험을 두고 있지만 자산이 10조원대로 중소형 규모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제시할 인수가액을 기준으로 참여자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유효한 경쟁구도가 성립할 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한편 골드만삭스와 푸르덴셜생명은 다음 주 예비입찰 참여자들을 만나 개별 면담을 진행한 뒤 ‘숏리스트’ 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본입찰은 다음달 중순 이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