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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용 MLCC’ 전진기지 부산사업장…생산 및 R&D 집약
지난 13일 오전 9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2시간 15분 걸려 부산역에 도착한 뒤, 다시 차량으로 약 50분을 달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 도착했다. 부산사업장은 전장용 MLCC를 생산하고 R&D(연구개발) 기능도 수행하는 핵심 시설이다. 약 26만㎡(8만평)의 부지에 1~5공장과 연료동 등이 20여개 건물이 들어서, 약 5000여명의 인력이 근무하는 부산 내 최대 사업장이다.
사업장에 들어서자 전장용 MLCC의 원료를 공급하기 위한 ‘신(新)원료동’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삼성전기는 2016년부터 전장용 MLCC 양산을 시작했지만 수요 증가세에 비해 캐파(CAPA·생산능력)가 부족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전장 전용 5공장을 증설했고 올 들어 신원료동을 추가로 짓고 있다. 이날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를 생산하고 있는 1공장과 5공장 가운데 1공장을 공개했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1층에는 클린룸과 압착·절단 공정 시설에 눈에 들어왔다. 클린룸은 MLCC의 원료가 되는 유전체 파우더와 재료 등을 혼합해 세라믹 시트(Sheet)에 인쇄하고 쌓는 과정이 이뤄진다. 먼지 유입을 극도로 차단한 클린룸 내부는 흰색과 하늘색 방진복을 입은 2~3명의 최소 인원만 들어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클린룸 바로 옆에 있는 압착 공정실에서는 적층이 끝난 세라믹 시트인 ‘바(Bar)’가 밀도를 높이기 위한 압축 과정을 거쳐, 표면이 흰색인 골판지와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 상태에서 절단 공정실에서 블레이드라고 불리는 긴 면도칼 형태의 칼날을 이용, 정사각형 모양으로 절단하면 MLCC의 원형이 만들어졌다. 절단 공정실에서는 네모난 직육면체 모양의 기계마다 ‘두두두’ 소리를 내며 쉼없이 절단 작업이 이뤄졌다. 기계 위에 있는 모니터에는 절단된 위치가 하늘색과 빨간색 선으로 정확히 표시됐다.
절단이 끝난 제품들은 도자기를 굽듯 1200℃와 800℃ 고온에서 각 한번씩 열처리를 하면 입자들이 하나로 뭉쳐 전기적 특성이 구현됐다. 이어 연마와 도금 등의 과정을 거치면 최종 제품이 완성됐다. 생산된 모든 제품은 8대의 카메라로 검사가 이뤄지는 측정 공정을 거쳐 불량품이 완벽하게 제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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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용 MLCC는 IT제품용과 역할은 비슷하지만 사용 환경이 다르고,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내구성을 필요로 한다. 자동차 전자부품 신뢰성 시험 규격인 ‘AEC-Q200’ 인증을 취득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품질과 제조 기준 등 각 거래선별 엄격한 검증을 통과해야 생산할 수 있다. 이런 특징으로 기술장벽은 IT제품보다 한층 더 높아 현재 공급자 위주의 시장을 형성, 폭발적인 수요 성장으로 당분간 공급 부족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전기 컴포넌트산업전장개발그룹장인 정해석 상무는 “자동차의 가혹한 테스트 환경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고온·고전압에 견딜 수 있는 재료 개발과 진동과 내습 특성을 강화하는 미세구조 설계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전장용 MLCC는 IT제품 대비 요구되는 수명과 높은 기술적 난이도를 요구하며 개발 기간도 약 3배 정도 길게 소요되고 가격도 3~10배 비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MLCC 시장은 올해 14조원 규모에서 2024년에는 20조원 규모로 커져 연 평균 8.6%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전장용 MLCC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전체 20%에서 2024년에는 34%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 시장 공략을 위해 부산사업장은 신기종 개발 및 원재료 혁신을 위한 재료 중심 단지로 육성하고, 중국 텐진의 신공장은 전장 제품 주력 양산 기지로 운용할 예정이다.
정해석 상무는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는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부터 엄격한 검증을 통과했다”며 “부산과 중국 텐진 공장 등을 통해 본격 공급이 이뤄지면 2022년엔 전장용MLCC 분야에서 세계 2위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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