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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알못 가이드]교섭단체 대표연설, 왜 당 대표가 안 하나요?

유태환 기자I 2019.03.16 06:00:00

금주 교섭단체 대표연설 3黨 원내대표가 진행
교섭단체 ''원내'' 생략…대표도 원내대표 의미
다만 당 대표 현역의원일 땐 교차 연설 관례
안철수, 2017년 평의원으론 이례적 대표연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정치권에는 특유의 문화, 제도가 존재합니다. 정치 기사에도 어렵고 난해한 정치권 고유의 용어들이 비일비재합니다. 하지만 분량 제한 때문에, 때론 당연히 독자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설명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치를 알지 못하는 독자’도 쉽게 관련 기사를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정알못 가이드’를 연재합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국회가 이번 주 사실상 올해 첫 회기인 3월 임시국회를 시작하면서 각 당 교섭단체 대표연설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대표연설이 이뤄졌는데 연단에 선 이는 모두 당 대표가 아닌 원내대표였습니다.

명칭은 ‘교섭단체 대표연설’이지만 교섭단체란 말에는 ‘원내’라는 명칭이 생략돼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섭단체 대표’도 당 대표가 아닌 원내대표를 의미합니다.

국회법을 살펴보면 조금 더 이해가 쉽습니다.

국회법 제33조는 교섭단체를 ‘국회에 20명 이상의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교섭단체 대표의원’이라는 용어도 나옵니다.

여기서 ‘교섭단체 대표의원’은 당 대표가 아닌 원내대표를 지칭합니다. 현역의원이 아니어도 될 수 있는 당 대표는 의원과 당원 모두를 대표하는 자리지만 현역의원만 가능한 원내대표는 의원들을 대표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꼭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모두 원내대표가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당 대표가 현역의원일 경우에는 원내대표와 번갈아가면서 하는 게 정치권 관례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민주당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것은 이해찬 대표였고 2017년 9월 교섭단체 대표연설 역시 추미애 전(前) 대표가 했습니다. 반면 현역의원이 아닌 원외 당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본회의장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발언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역시 국회법을 확인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국회법 104조 2항은 ‘교섭단체를 가진 정당을 대표하는 의원이나 교섭단체의 대표의원이 정당 또는 교섭단체를 대표하여 연설이나 그 밖의 발언을 할 때에는 40분까지 발언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현역의원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할 수 있다고 명문화 한 규정입니다.

이처럼 국회법에 의하면 현역의원이면 누구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아닌 평의원이 대표연설을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당이 향후 나아갈 방향과 목표 등을 제시하면서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는 자리로 정치적 상징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예외가 없지는 않습니다. 2017년 2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평의원 신분으로 국민의당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경우가 실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도부가 당내 유력 대권 주자였던 안 전 대표를 배려한 결정이었다는 게 전반적인 정치권의 분석이었습니다. 안 전 대표 역시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연설 모두에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진행하고 있는 국가위기 상황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주신 우리당 박지원 대표님·주승용 원내대표님과 소속 의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습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대권 후보 유세장이 아니다”고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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