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논·밭두렁 태우면 익충 죽고 산불 위험에 미세먼지까지

김형욱 기자I 2019.03.09 05:00:00

잘못된 관행 속 영농폐기물도 덩달아 불법 소각
“산불 발생 위험 높이고 미세먼지 원인 되기도”

논·밭두렁을 태우는 모습. 농촌진흥청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 농업·농촌연구기관 농촌진흥청이 영농에 앞서 논·밭두렁을 태우는 잘못된 관행이 바로잡고자 관련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농진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농과원) 작물보호과는 올 2월 전북 김제 벽골제 부근 논두렁 0.75㎡의 미세 절지동물을 조사하고 논두렁을 태운 후 일주일 후 재조사하는 방식으로 해충류와 익충류 개체 수의 변화를 조사했다.

이 결과 태우기 전 나온 미세 절지동물 중 해충류는 5.5%이고 나머지 94.5%는 농작물에 이로운 익충류였다. 343마리 중 285마리는 톡토기류였다. 톡토기류는 유기물을 분해해 농생태계 물질 순환에 큰 역할을 하는 익충이다. 거미류 12마리, 기타 분해자류 27마리도 모두 익충으로 분류한다. 해충인 멸구류는 14마리, 파리류는 5마리뿐이었다.

자연스레 소각 후 익충류의 감소가 절대적으로 많았다. 소각 후 남은 미세 절지동물은 6분의 1 수준인 55마리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해충류는 완전히 사라졌으나 톡토기류(51마리)와 거미(1마리), 기타 분해자류(3마리)도 큰 폭 줄었다. 해충이 사라지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익충이 줄면서 토양 환경은 더 나빠진다는 것이다.

농업 당국은 10여 년 전부터 이 같은 관행을 없애기 위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려 왔으나 여전히 관행 농법으로서 일부 남아 있다.

논두렁 태우기는 산불로 이어져 환경 파괴로 이어지기도 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이달 3일까지 발생한 산불 187건 중 논·밭두렁 태우기가 원인이 된 사례가 21건(11.2%)에 이르렀다. 논·밭두렁을 태우면서 영농폐기물이나 영농부산물을 불법 소각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온 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는 미세먼지를 발생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김현수 농식품부 차관은 앞선 7일 미세먼지 저감 치원에서 충북 옥천군의 한 노인정을 찾아 영농폐기물·부산물과 논·밭두렁 불법 소각 금지를 알리기도 했다.

이상계 농진청 농과원 작물보호과장은 “논·밭두렁 태우기 관행은 해충방제 효과보다 건조한 봄철 산불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만큼 자제를 당부한다”며 “영농폐기물도 개별 소각하는 대신 지정된 곳에 배출해 달라”고 전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