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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환경부는 지난달 27일 포장재 사용 생산업체 19곳과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 사용을 위한 자발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이들 생산업체들은 자율적으로 내년까지 생수, 음료 등의 페트병을 무색만 사용하도록 품목별 포장재의 재질·구조 등을 개선키로 했다. 환경부는 이번 협약 이행으로 무색 페트병 사용 비율이 2016년 63.5%에서 내년에 85.1%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맥주는 제외?…“다른 방법 강구해야”
1일 환경부와 업계에 따르면 맥주를 담은 갈색 페트병은 이번 업무협약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발효 식품인 맥주의 주원료인 ‘홉’이 자외선에 치명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품질 보장을 위해 갈색 페트병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며 “소주나 사이다 등 녹색 페트병을 사용하는 음료의 경우 품질 변질 여부 등을 따져본 뒤 사용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투명한 페트병에 담을 경우 맥주가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변질 가능성이 있어 예외로 인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 따르면 2016년 생산된 맥주 페트병은 1만1200t 수준이다. 색상뿐만 아니라 나일론, 철 등 불순물도 포함돼 있어 맥주 페트병의 경우 재활용 업계에선 ‘폐품’ 취급을 받는다.
유색 페트병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일본의 ‘페트병 가이드라인’을 보면 페트병 본체에 ‘착색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맥주 역시 무색 페트병 전면에 라벨(상표)을 붙여 빛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재활용업계 관계자는 “페트병 전체에 라벨링을 하든 무색으로 만들어야지 맥주를 예외로 하겠단 것은 환경부가 재활용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예외로 둘 게 아니라 분담금을 추가로 부과하든 다른 재활용 방법을 찾든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맥주만? 우리도 품질보장 문제있어”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른 식품업체들 역시 ‘품질 보장’ ‘식품 안전’ 등의 이유를 들어 교체를 꺼리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맥주가 아니어도 유색 페트병을 쓰는 것은 대부분 제품 변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검토는 하겠지만 당장 교체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녹색 페트병을 쓰는 사이다 업체도 반응은 마찬가지다.
국내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는 롯데칠성음료의 한 관계자는 “현재 트로피카나 스파클링, 마운틴듀, 사이다 등이 유색 페트병을 쓰고 있지만 색이 들어간 제품은 자외선 차단 등 품질 안전의 목적도 있다”라며 “무색으로 바꿔도 품질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변경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칠성사이다 제로·칠성스트롱 사이다 등 일부 제품의 경우 무색 페트병을 쓰고 있어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코카콜라 등 무색 페트병을 사용하고 있는 다른 업체들과도 비교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색 페트병을 쓰는 업체에 대해 우선 권고 수준으로 변경을 요청했지만 지키지 않으면 개선 미이행 사항을 공개하도록 하고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EPR) 분담금도 인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