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국회 말말말]‘드루킹·김경수’ 여야 시각차, 하늘과 땅

김미영 기자I 2018.04.21 06:00:00

드루킹은 누구? 與 “과대망상 사이비 교주” vs 野 “최순실 빼다박아”
‘경남지사 출마 강행’ 김경수… “흔들림 없이 선거 치르겠다”
與 “악마에 당한 착한 김경수, 힘내라” vs 野 “정권 황태자, 최악의 수”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원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사건이 정치권을 뒤흔든 한주였다.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출마선언을 앞뒀던 김경수 의원의 연루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정국은 요동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사건의 주범인 드루킹의 ‘개인 일탈’로 일축하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드루킹 게이트’로 명명하며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 “허언증 사이비 교주” vs “최순실농단과 빼다박아”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드루킹이 평소 ‘일본이 침몰할 것’이라거나 ‘문재인 정부는 예수회’라는 등의 사이비 교주 같은 주장을 쏟아냈다고 한다”며 “허언증을 넘어 과대망상 증세까지 보인 개인의 일탈을 두고 여당 차원의 개입 운운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했다. 이어 이재명 경기지사 등의 말을 들어 “우리 당 주요 정치인들도 드루킹의 공격 대상이었다는 증언까지 잇따른다”며 “우리 당도 피해자”라고 했다.

그러나 야당의 공세는 격렬했다. 한국당은 국회 본청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하며 ‘드루킹 사건 특검’ 그리고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0일 청와대 앞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관제언론을 동원해서 드루킹을 급기야 사이비 교주로 몰아가려고 하고 있지만, 그럴 바엔 차라리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여당을 비난했다. 이어 “드루킹 이미지 조작으로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려고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조작정체 본질은 더 분명히 드러나게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다음날엔 “사건의 구조가 고영태에서 시작돼 최순실로 이어졌던 국정농단과 놀라울 만큼 빼다 박았다”는 주장도 폈다.

보수정당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 사건을 ‘드루킹 게이트’로 명명하며 보조를 맞췄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조직적이고 대규적인 드루킹 여론조작 게이트”라고 규정했고,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드루킹. 김경수 게이트’는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선거에 개입한 국기문란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드루킹은 이미 한 ‘여론조작 기술자’의 필명이 아니다”라며 “드루킹은 여론을 왜곡해 민주주의 선거제도를 공격한 최악의 조직 선거범죄의 이름”이라고 했다.

◇ 김경수 출마 강행…與, 경쟁적 ‘응원’ vs 野 “감옥 가야”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과 텔레그램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야권의 공세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김경수 의원이 19일 오전 출마선언을 연기하며 다시 숙고한 데에도 이러한 야권 공세 등이 문 대통령과 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경수 의원은 같은 날 오후 출마선언을 선언했다. 김 의원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선거를 치르겠다”며 특검 수용 의사도 밝혔다. 김 의원은 다음날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고, “배운대로 하겠습니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민주당에선 “착한 김경수가 악마에게 당한 것”(박영선 서울시장 경선후보)이란 탄식과 김 의원을 향한 응원이 이어졌다.

3선 도전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김경수 멋있다. 경수야, 힘내라”는 글을 올렸고, 박 시장과 경쟁 중인 박영선 경선후보도 “우리는 당신의 착한 성품을 압니다”라고 힘을 보탰다. 우상호 경선후보 역시 “김경수 힘내라! 국민이 믿어줄 것”이라고 공개 응원했다.

그러나 야당은 김 의원의 출마선언 후에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19일 김 의원을 향해 “오늘 갈 것 같다”고 하더니, 출마 선언 후엔 “반갑게 생각한다”고 했다. 20일엔 “김경수가 갈 곳은 경남도청이 아니라 감옥”이라고 악담을 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종일 햄릿처럼 갈팡질팡하다가 출마선언을 했는데 본인이나 민주당이나 청와대나 최악의 수를 둔 것”이라고 혹평했다.

야당의 칼끝은 김 의원을 넘어 문재인 정권을 향하고 있다. 김경수 의원을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측근’에서 ‘정권의 황태자’(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로 띄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문수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김경수 의원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영부인께서도 드루킹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정권은 드루킹과 완전히 ‘댓글공동체’”라고 힐난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20일 출마회견에서 “국민 앞에 나서 새정치를 해보겠다고 했지만, 지난 7년은 조작된 댓글 공격, 그리고 여론조작과 싸워온 시간이었다”고 토로한 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드루킹과 만난 사실이 없나”라고 묻기도 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