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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산으로 가는 코스닥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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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기자I 2017.08.26 08:16:14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작년 한 해 코스닥시장은 국민연금기금의 패시브(passive) 전략으로 기관투자가 자금이 줄어들면서 내내 속앓이를 했다. 올해는 코스피로의 이전 상장이 문제다. 시가총액 2위였던 카카오(035720)가 코스피로 가더니 이번엔 1위인 셀트리온(068270)이 코스피로 옮기냐 마냐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실적만 놓고보면 코스닥 상장기업도 코스피에 비해 빠지지 않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기업(1000개)의 매출액은 올 상반기 전년동기보다 12% 가량 늘어났고 영업이익도 28% 증가했다. 코스피는 같은 기간 8.8%, 32.3% 늘었다. 품질관리도 코스피에 뒤쳐지지 않는다. 허위사실 공시, 부정거래 등의 논란에 휩싸인 중국원양자원(900050)도 코스피 상장기업이다. 코스피는 코스닥보다 상장폐지 기준이 낮아 10년 연속 적자인 기업도 정상 거래된다. 코스닥 상장기업이었다면 ‘5년 연속 영업적자’란 기준에 걸려 상장폐지가 이뤄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문제를 관통하는 핵심은 ‘수급’이다. 코스닥 거래 비중의 90%가 개인투자자에 집중돼 있는 만큼 수급 개선을 위해선 개인보다는 좀 더 장기투자가 가능한 기관자금을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나 시총 1위 종목의 코스피 이전 움직임에 마음이 다급했는지 정책 방향이 근시안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거래소의 의견을 반영해 내달말부터 코스닥 시장의 공매도 과열종목 규제를 코스피보다 더 강화키로 했다.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에 편중돼 있어 개인투자자에겐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시장이다. 그래서 개인 비중이 높은 코스닥의 공매도 비중은 1.7%로 코스피(6.4%)보다 적다. 그런데 왜 코스닥에 더 강한 규제가 도입될까. 금융위는 코스닥 시장의 경우 공매도 거래가 특정 종목에 편중돼 있어 별도 관리가 필요하단 이유를 댔다. 공매도가 집중된 특정 종목의 대표주자가 바로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공매도 탓에 주가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코스피 이전 상장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공매도를 피해 공매도 비중이 더 높은 코스피로 간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거래소 관계자 역시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공매도가 무서워 코스피로 간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그들의 주장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규제는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경보음’을 울린단 측면에서 개인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에 더 자주 경보를 울리겠단 측면도 있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외국인과 기관자금의 코스닥 문호를 좁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 기관 자금이 더 많이 들어왔을 때의 이익과 이들이 공매도를 했을 때의 손실, 과연 어느 쪽이 더 클지에 대한 고려는 없어 보인다. 셀트리온을 잡기 위한 ‘언 발에 오줌누기’ 정책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이유다. 코스피200지수에 코스닥 일부 종목을 편입시키려는 움직임 역시 단기 조치에 불과하다. 설사 성사된다해도 코스닥 시총 상위 몇 개 종목에 거래가 집중되는 것일 뿐 코스닥 전체 수급 개선과는 무관하다.

코스닥과 코스피의 룰은 달라야 한다. 예컨대 코스피가 공매도 규제를 강화한다면 코스닥은 아예 규제를 풀어 자금 유치를 통한 시장 키우기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코스피보다 더 스스로를 옥죄면서 기업의 성장성을 키우겠단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코스닥의 초점이 단순히 ‘셀트리온 잡기’에 쏠리는 순간, 배는 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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