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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통토크]재봉틀밖에 못 만들던 나라…세계 8위 방위산업 기술 국가로

김관용 기자I 2016.10.24 06:30:00

장명진 방사청장 인터뷰
국내 기술로 만든 T-50 훈련기 해외 러브콜
K-9자주포·잠수함 등 해외서 기술력 인정받아
10년 새 방산수출 14배 성장…3년 연속 30억불 달성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수출 활성화 지원

[이데일리 정태선·김관용 기자] “무기체계는 하루아침에 뚝딱 나오는 게 아닙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비로소 탄생하는 것입니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청장은 공학도 출신 과학자다. 국산 무기체계 개발의 산실인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36년 동안 일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잇따른 ‘방산비리’로 우리 무기체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져 있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국산 무기들이 단순한 결함과 도입 과정에서 벌어진 일부 문제 탓에 ‘불량 무기’로 취급받고 있다고 했다.

장 청장은 서울 용산구 방사청 청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무기를 개발하는 연구원들은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면서 “국가에서 이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고 국민들이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항공기술 이전 받은 미국에 훈련기 역수출 추진

장 청장 접견실 탁자 위에는 국산 고등훈련기인 T-50과 미국 수출형 고등훈련기인 T-50A 모형이 올려져 있다. 장 청장은 T-50을 들어 보이며 T-50 항공기에 대한 해외시장의 반응이 뜨겁다며 국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T-50은 경공격기(저사양)로도 활용할 수 있는 고등훈련기다. 실제로 우리 공군은 T-50 기반의 무장 전투기인 FA-50을 운용하고 있다. 이 항공기는 미국 록히드마틴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긴 했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정부가 10여년을 투자해 개발에 성공한 실질적인 국산 항공기다. 총 개발비 2조여 원 중 우리 정부가 70%, 한국항공우주산업이 17%, 록히드마틴이 13%를 부담했다. T-50은 최신예 첨단 전투기는 아니지만 부품이 32만개에 달하고 내부배선의 총 길이가 15km나 되는 정교한 항공기다.

특히 T-50은 훈련기로는 드물게 최고 속도가 마하 1.5에 달하며 최신 디지털 비행 시스템을 장착해 F-35나 F-22 등 최신예 전투기의 훈련기로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T-50은 350대 규모 미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T-X)의 유력 기종으로 꼽힌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과 록히드마틴은 T-X 사업 수주를 위해 T-50을 기반으로 T-50A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T-50은 여러 국가와 총 60여대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필리핀·인도네시아·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우선 계약을 체결했다. 중동과 중남미 지역 국가들도 T-50에 관심을 갖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장 청장은 “항공우주 산업은 미래 산업으로 체계개발 업체와 각종 부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모여 항공산업 단지를 조성한다”면서 “T-50 기반 항공기가 T-X 사업 기종으로 선정되고 현재 진행 중인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과도 시너지를 내면 대규모의 고용 창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탁자 위 국내 기술로 만든 T-50 항공기 모형을 가리키며 국산 무기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있다. [방사청 제공]
◇ 재봉틀 밖에 못 만들던 국가서 세계 8위 기술 강국으로

그의 국산 무기 자랑은 T-50에서 끝나지 않았다. 장 청장은 “전 세계에 K-9 자주포에 대한 좋은 소문이 퍼져 효자 수출 품목으로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최근 노르웨이와 인도 및 사우디 등에서 진행된 시험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자주포는 전투차량에 고정된 야전포로 우리나라는 독일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사거리 40km 이상의 52구경 장거리 자주포를 개발했다. 동유럽 국가들이 현재 K-9 자주포를 도입했는데, 새로운 유럽 국가 등 7개국이 현재 K-9 자주포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잠수함 역시 수출에 성공한 명품 국산 무기다. 우리나라의 초기 잠수함 기술은 독일 제품을 들여와 국내 조립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3000톤급의 중대형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건조 뿐 아니라 설계까지 하는 수준에까지 올랐다. 인도네시아와 1400톤급 잠수함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세계 5번째 잠수함 수출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장 청장은 “다른 나라들이 한국 무기체계를 구입하는 것은 우리 기술을 인정하고 우리가 개발도상국에 기술을 이전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1970년대만 해도 재봉틀을 만드는 게 최고 기술이던 나라가 지금은 이탈리아와 비슷한 세계 8위의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고 강조했다.

◇국내 방산 수출 규모, 10년 새 14배 늘어

국산 무기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방산 수출 규모가 방사청이 개청한 2006년 2억5000만달러(약 2760억원) 수준에서 2015년 34억9000만달러(약 3조8500억원)까지 늘었다. 10여년 만에 14배나 커진 것이다. 탄약이나 부품류 등 위주에서 항공기와 함정과 같은 고부가가치 무기체계로 수출 품목이 다양화·첨단화 된 때문이라고 장 청장은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방산 수출 환경은 세계 각국의 국방비 감소와 유가하락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장 청장은 “대통령께서 수출을 위해 방산외교 활동을 적극 지원해 주시고 우리 직원이나 방산업체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최근 3년 동안 수출 30억 달러 이상을 달성한 만큼 올해도 예년 수준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 방산 기업들의 해외 수출 활성화를 위해 중고 무기 판매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군에서 사용하다가 교체한 무기를 정비해 판매함으로서 경제력이 부족한 나라들이 값싸게 전력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장 청장은 “이미 중고 무기 수출을 위해 몇몇 나라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명진 방사청장은

장명진 청장은 1952년생으로 충남 대전고를 나와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대학 동기동창이다. 학군사관(ROTC) 12기로 군 복무를 마쳤다. 1976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입사 이후 한국형지대지유도무기인 ‘백곰’과 ‘현무’ 탄도미사일 등의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국산 미사일 개발의 산증인으로 평가받는다. ADD에서만 36년 동안 일하다 2013년 6월 퇴직했다가 2014년 11월 제8대 방위사업청 청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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