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대국의 빈곤보고서’ 등을 저술한 경제학자인 저자는 이러한 한국의 노인을 ‘피파’(PIPA: Poor, Isolated and Painful Aged)세대라고 칭한다. 가난하고 고립된 고통스러운 노년세대라는 의미다. 이들 안에는 65세 이상 노인뿐만 아니라 은퇴와 노후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는 50대 후반까지 들어 있다.
저자는 한국사회가 고령사회 진입을 기점으로 이후 10년에 걸쳐 1000만 인구가 ‘피파세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들이 무작정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생활인으로서 경제활동을 한다. 그러므로 피파세대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거대시장이고 이들 시니어마켓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기업의 앞날은 불투명해질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시니어마켓을 둘러싼 선행경험을 통해 전략을 분석하는 건 필수. 저자는 앞서 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의 사례를 통해 시니어마켓의 실패와 성공을 되짚는다. 가령 세계적인 일본기업 브릿지스톤이 노인을 타깃으로 한 골프클럽 ‘화이즈’는 실패했다. 일본의 노인들이 이 클럽을 쓴다는 것 자체를 자신의 신체가 쇠퇴했다는 걸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반면 중장년 여성을 타깃으로 주택가에 문을 연 여성전용 피트니스클럽 ‘커브스’는 성공했다. 남자가 없고 화장이 필요 없으며 거울이 없다는 전략으로 중장년 여성이 느끼는 불만까지 억제한 덕이다.
책은 고령소비와 관련해 천국과 지옥을 모두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녹여 소비자분석의 중요성까지 역설한다. 잠재고객의 내재성향은 물론 외부환경까지 정확하게 읽어내야 소구지점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가 피파세대여도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건 결국 그들을 이해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에 있다는 걸 다채롭게 증명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