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리뷰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자기성찰·회복 그려낸 치유 뮤지컬
피아니스트의 멈춘 시절 3년 재해석
원곡 적절히 배치·탁월한 편곡 눈길
텍스트와 어우러져 큰 울림 만들어
|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한 장면(사진=HJ컬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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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 연출가] 창작뮤지컬 ‘라흐마니노프’(7월 21일~8월 25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는 일종의 자기성찰과 회복 과정을 그린 긍정의 테라피뮤지컬이라고 할 만하다. 러시아의 천재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와 최면을 통해 그의 내면 상처를 보듬고 진심을 일깨우려는 정신의학자 ‘니콜라스 달’과의 이야기를 담는다.
잘 알다시피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 낭만주의음악을 대표한 작곡가이자 유명한 ‘피아노협주곡’ 제2번과 제3번,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등을 남긴 명피아니스트였다. 명성과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음악가였지만 결코 순탄치 않았던 그의 창작과정 중 멈춰버린 3년에 주목한 것이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다. 기록된 사실에 허구를 덧입혀 음악적으로 구성해 라흐마니노프 음악의 새로운 이해와 발견뿐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찾게 했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2014년 창작 산실 공모에 당선돼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리딩공연을 거친 뒤 올 7월 공연제작사 HJ컬쳐에 의해 정식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라흐마니노프가 모스크바음악원 시절인 1897년 발표한 ‘교향곡’ 1번의 혹평에 어마어마한 예술적 상실감과 우울증, 대인기피증에 시달린 3년을 파헤쳤다. 참혹한 시간 속에서 니콜라스 달과의 만남은 치유와 도전이었다.
작품은 우울과 절망을 벗겨 내는 시간에 집중, 라흐마니노프를 직접 체험하게 만든 묘미가 있다. 음악천재와 그를 지켜보고 치유하려는 관찰자로서의 배치를 통해 극적 밀도를 높이고 ‘피아노협주곡’ 제2번을 작곡하는 감격의 시간을 차지고 촘촘하게 거미줄처럼 엮어낸다.
클래식음악가에 대한 이야기지만 대중성도 있다.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혈의 누’, 일본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등에 이미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삽입된 그의 음악은 처음 듣는 이에게도 친숙하게 들린다. 천재음악가지만 인간적인 면과 음악적 고행을 들여다볼 수 있어 더욱 그의 음악에 귀기울일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한 미덕도 있다.
드라마 구조에 따라 라흐마니노프의 원곡을 적절하게 배치한 점도 신의 한수다. 작품의 높은 완성도는 곡을 새롭게 쓰거나 원곡에 인트로나 후주를 덧붙인 작곡가 김보람과 음악감독 이진욱의 탁월한 선택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래식 바탕의 음악을 뮤지컬넘버로 확장하고 편곡한 작업은 참으로 적절했다고 여긴다. 무대 위에 현악4중주만의 특성을 제대로 구현해낸 편곡의 안배도 드라마와 캐릭터의 감정 기복의 순간적 변화까지 물 흐르듯이 유연하게 자유자재로 전이돼 작품성을 담보하는 큰 힘을 발휘한다.
클래식음악을 모티브로 가져왔지만 절대 무겁지 않게 콘셉트를 유지하며 텍스트와 한몸이 된 커다란 울림의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대중가요를 가져온 주크박스 뮤지컬과는 분명 구별되는 음악적 깊이가 있다.
|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한 장면(사진=HJ컬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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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한 장면(사진=HJ컬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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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한 장면(사진=HJ컬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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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한 장면(사진=HJ컬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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