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겪는 저비용항공]⑥세계 항공시장 뒤흔든 저비용항공사

신정은 기자I 2016.02.03 07:43:27
세계 최초 LCC 사우스웨스트 항공 여객기.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지난 2001년 전세계를 공포에 빠뜨린 9·11테러는 항공사에 최악의 악재였다. 수요는 급감했고 항공사들은 줄줄이 인력 축소에 나섰다. 그러나 정반대길을 걸었던 항공사가 있다. 바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이다. 역발상의 대명사인 창립자 허브 켈러허는 다른 항공사들이 포기한 노선에 오히려 항공기를 더 투입했다. 당시 사우스웨스트는 5억1114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그가 1971년 세계 최초 저비용항공사(LCC)를 설립한 것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프리미엄을 외칠때 이 항공사는 소형기로 단거리 노선에만 집중하고 기내서비스를 대폭 줄이는 전략으로 가격을 낮췄다. 직접 예약 제도와 탑승권 자동 발매기도 도입했다. 이런 전략으로 사우스웨스트는 창립 3년째부터 순이익을 내기 시작해 지난해까지 43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미국 4대 항공사 중 하나로 손꼽힌다.

사우스웨스트가 반세기 전에 개척한 LCC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고,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서도 LCC가 발빠르게 생겨났다. 현재는 전세계 170개가 넘는 LCC가 운영되고 있다. 45년 전 처음 등장한 LCC는 전세계 항공시장을 뒤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LCC 시장점유율은 2004년 13.1%에서 2014년 25.9%로 10년 만에 두배 가까이 확대됐다. 지역별로는 유럽과 아태지역이 각각 36%, 25.7%에 달한다.

LCC이 급부상하면서 기존 대형항공사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유럽 2위 항공사 에어프랑스-KLM그룹은 자회사 LCC 트랜스아비아를 두고 있고, 독일 최대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유로윙스와 저먼윙스 등 LCC 두 곳을 인수했다. 브리티시에어웨이와 스페인 이베리아항공은 2010년 4월 공식 합병했으며 2013년 12월에는 미국 내 3위였던 아메리칸항공(AA)과 5위 US에어웨이가 공식 합병해 ‘세계 최대 항공사’ AA그룹으로 새출발했다.

항공사의 M&A는 노선의 중복 편성을 막고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맹목적인 모방에는 부작용도 따른다. 일본 최대 항공사였던 일본항공(JAL)은 막무가내식 M&A로 인력을 늘리고 중복 노선을 운영했다. JAL은 10년간 수 차례 구제 금융으로 연명하다가 2010년 1월 부채 2조3221억엔(약 23조4000억원)을 떠안고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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