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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까지 몰린 난민 인종갈등 더 키울까 걱정"

김형욱 기자I 2015.09.22 08:08:07

"이곳 사회 잘 융화돼.. 당장 큰 악영향 없을 것"
독일·프랑스서 한인들 만나보니…

[프랑크푸르트(독일)·파리(프랑스)=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 당장 큰 문제는 없겠지만 인종 갈등이 심해질까 걱정이네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취재차 독일을 방문한 기자가 비스바덴에 사는 한인 A씨로 부터 전해들은 말이다.

지난주 독일 뮌헨에서 방화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전한 A씨는 “독일 내 인종갈등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닌데다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더 커질 수 있다”며 “비스바덴은 인구 21만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얼마 전에도 이민청 앞에서 시위하던 이민자를 봤다”고 전했다.

시라아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 행렬이 글로벌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이 16만명의 난민을 수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럽 내 한인을 비롯한 소수민족 사이에서는 인종갈등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독일 정부는 이미 4만명을 수용키로 하고 이미 뮌헨에 난민 거처를 마련했다.

독일이 난민 수용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인도주의적인 목적도 있지만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 해소 차원이다.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도 지난 14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2015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개막 전야제에서 “독일 라인강의 기적은 1950년 이후 들어온 이민자 덕”이라며 정부의 난민 수용에 대한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독일 주요 일간지 디벨트가 지난 16일자(현지시간) 신문을 통해 시리아 난민 문제를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갈등도 만만치 않다. 난민 문제가 불거진 올 들어 순혈·극우주의, 이른바 ‘네오나치’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말 난민 피난처이던 체육관의 방화 사건은 물론 반 난민 집회, 차량 파손 등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네오나치의 활동이 과격해질 경우 한인도 이 영향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없다. 미국에서는 1992년 흑인의 인종차별 시위가 반한 폭동으로 확산한 바 있다.

유럽 내 한인 주간지 ‘유로저널’도 지난주 독일·프랑스판을 통해 EU 각국 난민 대책을 주요 뉴스로 소개했다. 독일판 1면 톱기사에서는 현지 보험사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난민 문제는 독일의 4대 걱정거리라며 ‘그 어떤 나라도 요즘 독일처럼 많은 이주자가 없는 상황’이라는 정치학자 슈미트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A씨는 그러나 “70년대 독일 파견 광부·간호사 이후 독일 내 한인은 이곳 사회에 비교적 잘 융화했다”며 “지금의 인종 갈등 여파가 당장 한인 사회에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터키를 비롯한 중동 지역 이민자는 이슬람 종교 문제로, 베트남 이민자는 베를린을 중심으로 한 마피아 형성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지만 한인은 높은 학구열을 바탕으로 2세도 독일 사회에 녹아들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프랑스도 당장 불거지지는 않았으나 갈등이 잠재돼 있다. 프랑스 정부도 3만명의 난민을 수용키로 한 가운데 빈민층 사이에선 이에 반발하는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파리에 20년째 사는 한인 B씨는 “아직 내륙지역이 아닌 국경지역 몇 곳에 난민 임시 거처가 있어 큰 영향은 없다”면서도 “인도적 차원에서 받기로 했지만 대규모 난민 이주에 따른 뒷감당은 어떻게 할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주요 일간지 르몽드가 지난 16일자(현지시간) 신문을 통해 시리아 난민 문제를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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