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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민관유착은 부정부패 독버섯 낳아

최훈길 기자I 2015.07.08 07:00:00

황서종 인사혁신처 차장

[황서종 인사혁신처 차장]국가의 안위를 책임져야 할 군의 수뇌부와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전직 군 간부들이 방위사업 비리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방위사업 비리는 국민의 혈세 손실은 물론, 국방력을 약화시키고 군의 전투력을 저하시키는 이적행위라는 점에서 철저한 응징과 재발방지책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다.

황서종 인사혁신처 차장.
지난해 온 나라를 슬픔에 몰아넣었던 세월호 침몰사고에서는 선박과 승객의 안전을 관리 감독해야 할 한국선급과 해운조합의 직무유기가 도마에 올랐다. 방산비리와 마찬가지로 퇴직공직자가 관련 기업의 임원으로 재취업해, 전 근무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민관유착’의 전형이 낱낱이 드러났다.

국가의 정상적인 관리, 감독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시장경제를 어지럽히며, 국고를 낭비하는 민관유착을 뿌리 뽑지 않고서는 선진국 진입도 창조경제 실현도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선진적 국가시스템을 갖춘 여러 나라에서도 민관유착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이는 퇴직공직자의 취업을 제한하거나 로비 등 특정행위를 제한하는 제도로 나눌 수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은 로비스트법을 제정해 퇴직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 등 행위제한을 강제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취업제한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일본도 1997년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해 미국 등과 비슷하게 행위제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엄격하게 취업과 행위를 모두 제한하는 강화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연과 지연, 연고주의에 기인한 민관유착 방지가 표면적 이유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 잔존한 부정부패의 ‘독버섯’을 근절하지 못한 사회 수준이 보다 정확한 이유일 것이다. 이러한 취업제한제도의 효시는 1981년 제정된 공직자윤리법이다.

첫 공직자윤리법에서는 퇴직한 공직자의 사기업 재취업을 일정 기간(2년) 제한해 ‘취업제한’의 제도화라는 의미가 있었지만 법무·회계법인과 금융·국방·조세 등의 업무분야에 ‘사각지대’가 존재했고, 전 근무기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폐해를 막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터지자, 퇴직공직자의 금융 및 관계기관 취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고, 취업제한을 강화한 공직자윤리법이 시행됐다. 개정법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법무·회계·세무법인 등이 취업심사대상에 추가됐고, 퇴직 전 업무관련성 범위가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났으며, 행위제한 제도도 도입됐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퇴직공직자의 취업 제한을 더욱 강화했다. 지난 3월 31일 시행된 공직자윤리법은 안전감독 업무 등과 직결되는 공직유관단체를 취업제한대상에 추가했고, 취업제한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고위공무원에 대한 취업이력공시제 등도 새롭게 도입했다.

최근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은 이전 법에 비해 취업 차단의 정도가 세졌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취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간산업 등 특정분야의 전문가 활용을 제한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부에서는 다른 OECD 국가와 마찬가지로 직업선택의 기본권을 보장하면서도 행위제한을 강화하는 제도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헌법에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함께 부패척결과 사회의 공공성 유지를 위한 취업제한의 강화도 못지않게 중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공직자윤리법 개정 과정에서 보았듯이 공직사회의 청렴을 요구하는 국민의 눈높이는 매우 높다.

최근 2차례의 공직자윤리법 법령개정은 국가발전과 사회질서를 훼손하는 민관유착을 뿌리 뽑으라는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다. 인사혁신처는 이러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고, 청렴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개정 법령을 충실히 시행해 나갈 것이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퇴직공직자의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취업심사의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어 갈 것이다.

황서종 인사혁신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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