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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방판 치킨게임 되나

김미경 기자I 2014.06.02 08:24:52

1+1·샘플 돌려막기 등 제살 깎아먹기 우려
LG생건, 온라인 판매 어렵자 방판 조직 늘려
아모레, 럭셔리 사업부 방판 조직 재정비
업계 "365일 할인중, 저가화장품 시장 될라"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화장품 빅2인 아모레퍼시픽(090430)LG생활건강(051900) 간의 방문판매(이하 방판) 경쟁이 과열될 조짐이다. 방문 영업이 성장 정체 위기에 놓이자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업체 간 자리 다툼이 더욱 치열해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많게는 1+3(하나 사면 3개 덤) 수준의 파격 이벤트나 할인 및 샘플 물량 공세 등의 판촉 경쟁으로 치닫고 있어 결국 치킨게임(끝장 승부)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전체 시장에서 방판의 비중은 매년 급속도로 떨어지는 추세다. 업계 1위인 아모레의 방판 매출 비중을 보면 2008년 57.1%에서 2009년 40.2%, 2010년 38%, 2011년 31.6%, 2012년 23.7%로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21.4%로 5년 전에 비해 반토막 났다. 방문 판매 수도 2012년 3만7000명에서 지금은 3만5000명으로 줄어들었다.

LG생건도 다르지 않다. 방판 비중은 2008년 32.4%에서 지난해 10% 정도로 바닥을 쳤다. 코리아나, 소망 등 방판에 강했던 중견 화장품 회사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소비자들의 화장품 구매 경로가 백화점·인터넷·면세점·홈쇼핑 등으로 다양해진 데다 중저가 화장품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방판 수요를 잠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와중에 LG생건은 올 들어 방문판매원 인력을 20% 이상 늘렸다. 이 회사 방판 인력은 지난해 말 기준 총 1만2000명으로 5개월만에 2500명을 새로 뽑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판 같은 경우 고가 화장품을 판매하는 만큼 화장품 빅 2간 자존심 싸움이 가장 치열한 곳”이라며 “LG생건 같은 경우 방문판매원들의 반발로 지난해 야심차게 문을 연 온라인몰에서 방판 제품 판매가 어렵게 된 것도 이번 인력 투입에 한몫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모레도 불공정거래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지난해 말 방판 내부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방판 회생을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특히 본사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상품 얹어주기나 대폭 할인하는 등 방판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A화장품 한 관계자는 “샘플과 특가 할인 등으로 일명 샘플 밀어내기를 하는 등 대량의 샘플 제공이 다시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도 한다”며 “때론 인력 빼가기 싸움으로 치닫는다”고 귀띔했다.

업계는 이 같은 과도한 방판 마케팅이 자칫 도를 넘어 치킨게임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365일 연일 할인중인 저가 화장품 시장처럼 제살깎기 경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실제로 미샤, 에뛰드 등 저가 화장품 업체들이 출혈경쟁을 하면서 외형 성장이 둔화 된 모습이다. 할인 행사가 과도하게 진행되다 보니 마케팅 비용은 늘고, 수익성이 악화돼 영업 실적 및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잦은 할인 행사로 소비자들의 신뢰도 잃었다.

업계 측은 “차별화 전략 없이 할인폭이나 샘플 공세 등의 마케팅은 결국 과도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며 “샘플 싸움만 하지 말고 특화된 서비스로 경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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