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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發, 넥타이 색도 바꿨다..화려한 옷 대신 정장

김미경 기자I 2014.05.26 08:22:41

참사가 가져온 풍경..침체속 ''일상의류'' 달라졌다
일부 쇼핑몰, 꽃무늬 의상 판매 절반 줄어
검정·회색 의상 늘고, 캐주얼 대신 정장 많이 찾아
추모 분위기에..일부 기부 상품 조기 품절 현상도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차마 화려한 옷은 못 입겠어요. 대신 노란 넥타이를 매죠. 별거 아니지만 왠지 세월호 참사 아픔에 동참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추모의 마음을 이렇게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화를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세월호 사고 이후 40일이 지난 지금, 시민들의 패션이 달라졌다. 사회 전반적인 애도 분위기로 화려한 의상은 크게 줄었다. 대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차분한 의상을 찾는다. 남성들의 경우도 캐주얼 차림보다 노란 타이에 정장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26일 이데일리가 서울 명동·신촌 등 일부 의류 매장과 쇼핑몰을 중심으로 최근 한달 간 판매된 제품을 분석한 결과, 봄이라는 시기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의상 대신 회색이나 검정색 등의 기본 의류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패션전문쇼핑몰 아이스타일24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25일까지 꽃무늬를 비롯한 화려한 의상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49% 이상 줄었다. 매년 이맘때면 봄을 맞아 꽃무늬 등 화려한 패턴의 의류 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반면 검정색, 회색(그레이), 곤색 등의 무채색 아이템은 전년 대비 85% 판매량이 증가했다.

유승연 아이스타일24 브랜드마케팅 주임은 “전체적으로 소비가 줄어든 가운데 여름 시즌을 앞두고 예년과 다르게 무채색 의류 판매가 늘었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자를 추모하는 물결이 패션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성의 경우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피케이 셔츠나 캐주얼 의류 등의 판매량이 높았던 데에 반해, 참사 이후에는 기본 정장 셔츠 판매율이 높아졌다. 실제로 지난달 16일 사고 이후 캐주얼 셔츠 판매량은 20% 하락한 반면 정장 셔츠는 약 25% 많이 팔렸다.

한 남성정장업체 관계자는 “색깔별로 정확한 판매 숫자는 집계되지 않지만, 매장에서 노란색 넥타이를 찾는 손님이 확실히 많아졌다”며 “젊은층부터 30~50대 직장인까지 구입하고 있어 물량을 늘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성 역시 다르지 않았다. 참사 전 쉬폰 원피스와 같은 화려한 아이템이 주로 팔렸으나 이후엔 기본 셔츠나 바지 등의 판매가 10% 증가했다.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의 여성복 브랜드 구호가 시각장애아동의 개안수술 지원을 위해 제작한 기부 티셔츠.
명동에서 의류매장을 운영중인 장모(41)씨는 “작년엔 1만원짜리 꽃무늬 블라우스 100벌을 일주일 만에 다 팔았다면 최근 2주 동안에는 간신히 40~50벌 팔았다”며 “기본 매출도 줄었지만 사고 후 화려한 옷을 사는 이들도 예년 대비 크게 감소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전반적인 소비 침체 속에서도 ‘착한 상품’에 지갑을 여는 이들은 적지 않았다.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의 여성복 구호는 지난 8일부터 7종의 기부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한 결과, 이틀 만에 일부 제품이 조기 품절됐다. 이 회사가 2006년부터 시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티셔츠 판매 수익금 전액은 시각장애 아동의 개안수술 기금으로 쓰인다.

티셔츠 한장 가격이 10만원을 웃도는 데도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고, 착한 소비를 통해 추모에 동참할 수 있다는 위안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구호 매장 관계자는 “작년에는 여성용만 전부 팔렸는데 올해는 아동·남성용 모두 판매가 늘었다”며 “세월호 여파로 이웃과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캠핑 등이 부각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리본과 문구가 적혀 있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들머리 계단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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