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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저소득·고령층 물가상승률이 0%대 라고?

최정희 기자I 2014.04.13 12:00:00

한은, 가구균등 물가지수 발표
"물가하락기 땐 저소득·고령층 물가 더 낮아"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가 통계청이 공식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낮을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최근처럼 저물가시대에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저소득층과 고령층의 물가상승률이 더 낮다는 분석이다.

<자료: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가구균등 물가지수를 발표했다. ‘소득 및 연령 그룹별 물가상승률 차이에 대한 분석’이란 BOK이슈노트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8000여가구가 392개 품목에 대해 지출한 비용을 모두 더해 총 가구수로 나눠 가구균등 물가지수(D-CPI)를 시산한 결과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93%로 통계청에서 발표한 물가상승률(CPI, 1.3%)보다 낮았다.

가구균등 물가지수는 물가상승기 때는 통계청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더 높고, 최근처럼 물가 하락기때는 오히려 더 낮다는 특징이 있다. 2011년 가구균등 물가지수는 4.14%로 통계청 발표 숫자(4.0%)보다 높았다. 또 물가하락기 때는 저소득·고령층의 물가상승률이 훨씬 낮은 반면, 상승기 때는 이들의 물가상승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저소득·고령층의 물가상승률은 0%대에 불과했다.

작년 가구균등 물가지수를 기준으로 소득계층별로 나눴더니 소득하위 50%는 0.86%의 상승률을 보여 평균치(0.93%)보다 낮았다. 소득 중위 30%는 0.96%, 소득상위 20%는 1.07%로 고소득층일수록 물가상승률이 높았다. 그러나 2011년 물가상승기 때 소득하위 50%계층은 4.24%로 평균치(4.14%)보다 높은 반면, 소득상위 20%는 3.98%로 낮았다.

연령별로도 고령층의 물가상승률이 물가하락기 때 더 떨어지고, 상승기 땐 더 올랐다. 지난해 50대~70대의 물가상승률은 0%대였다. 심지어 지난해 4분기 60~70대의 물가상승률은 마이너스를 보였다. 반면 2011년엔 60, 70대의 물가상승률이 각각 4.61%, 4.51%로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다만 지난해 30대(0.79%)와 소득중위 30%계층의 물가상승률이 0%대를 보인 것은 무상보육 효과가 이들 계층에 집중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2011년 물가상승기 때는 농축산물, 석유류를 비롯해 집세, 공공요금 등 주로 먹고 사는 데 쓰는 비용이 크게 올라 저소득·고령층의 타격이 커졌다. 반면, 최근엔 농축수물, 조제약 등을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형식 한은 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저소득층의 소비비중이 큰 농축수산물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때 이들 그룹의 물가상승률이 더욱 높아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구균등 물가지수는 통계청이 발표한 지출액 가중 물가지수보다 체감물가에 더 가깝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통계청은 481개의 각 품목별 가구의 지출액을 총지출액으로 나눠 가중평균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고소득 가구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세가 큰 폭으로 확대되거나 축소하는 경우엔 가구균등 물가지수를 비롯한 다양한 물가지수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홍콩은 소득분위별로 물가지수를 별도로 발표한다.

일각에서는 현시점에 이같은 지표가 발표된 이유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가구균등 물가지수는 2011년 물가폭등기 때 각계에서 보조지표로 발표돼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게 제기됐으나 그 때는 정작 발표되지 않다가 물가하락기인 지금 발표됐기 때문이다. 또 실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와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물가상승률은 낮지만, 과거에 워낙 높게 오른 탓에 물가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높은 물가수준은 저소득·고령층이 더 뼈저리게 느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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