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파티의 흥분은 오래가지 못한다. 미국과 유럽 돈 풀기에 환호했던 시장은 현실로 눈을 돌리면서 평정심을 찾고 있다. 잠시 외면했지만 흥분이 진정되자 눈에 걸리는 게 한둘이 아니다. 지난 주말 열렸던 유로존 재무장관들의 비공개회의에서 스페인과 그리스 관련 해법을 도출하지 못하자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다시 6%대에 들어서며 불안감이 고개를 들었다. 또 9월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가 3년 반만에 최악의 모습을 보이며 미국 제조업 경기 둔화를 재확인시켜줬다. 풀린 돈이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국내 경기 회복 모멘텀이 살아나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통화당국 금리를 동결한 터라 단기적으로 국내 지표에 영향을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월말이 다가올수록 경기 불안감에 대한 우려는 점차 고개를 들 것 전망이다. 가장 낙관적이던 한국개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까지 대폭 끌어내리기도 했다. 모두 채권시장에는 나쁘지 않은 재료들이다. 또 전날 국고채 10년물 입찰에서 나타났듯 채권 수요가 두텁다는 점도 시장을 받치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그렇다 해도 현 상황에서 금리를 끌어내릴 이슈도 부족하다. 9월 금리가 동결된 뒤에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상당하지만, 금리레벨은 아직까지 높다. 주요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우리 신용등급을 올렸지만 중장기 재료일 뿐 더러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시장효과는 이미 반영됐다. 또 양적 완화 이후 개선된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하락폭을 제한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시장은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기보다는 제한된 범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내에서 모멘텀을 찾기보다 당분간 해외 소식에 귀를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주식시장 움직임과 선물 월물 교체를 맞아 롤오버(만기연장) 물량도 관심 가져야 할 포인트다.
간밤 미국 채권시장은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완화하고, 경기와 유럽 불안감이 고개를 들며 강세로 마감했다.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대비 3bp 하락한 1.84%를 기록했다. 반면 주식시장은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 대한 실망감과 스페인 국채금리의 반등, 미국 경제지표 부진 같은 재료가 반영되며 조정을 받았다.
이날 국내 채권시장은 해외 채권시장 강세재료와 저가매수세 유입되면서 강세 분위기에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리레벨에 대한 부담이 있어 하락폭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늘(18일) 추석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한다. 또 기획재정부는 재정집행관리의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재정집행 관리방향을 토의하기로 했다. 1조7000억원 규모의 통안채 만기가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