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무사는 포괄임금제(★아래 용어설명)를 명확히 설명할 기준이 없다며 이처럼 꼬집었다.
실제 포괄임금제는 노동법에 규정돼 있는 법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자의 임금과 관련된 법은 1953년에 제정된 근로기준법밖에 없다.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근로형태가 도입됐지만, 근로기준법이 이를 적용하는 데 한계에 도달한다. 근로자의 노동을 양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현장에서는 계산 편의를 이유로 연봉 안에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시간외근로의 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미리 포함하는 관행이 형성됐다. 이것이 점차 판례를 통해 정당성을 인정받으면서 포괄임금제라는 개념이 형성된 것이다.
송명호 변호사(법무법인 서정)는 "근로기준법은 양적인 노동 시간을 고려하고 있지만, 노동의 밀도 및 질적인 부분이 강조되면서 현실과 안 맞는 부분이 생기고 있다"면서 "산업현장에서는 이를 계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포괄임금제를 널리 확대하고 있지만, 기준이나 인정요건 등이 모호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모호한 기준 악용하는 `사업장`
이런 포괄임금제 특성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포괄임금제를 적용할 수 있는 업무와 적용할 수 없는 업무에 대해 판례가 유형을 나누지 않다 보니 실제 포괄임금제와 관련없는 업무까지도 이를 적용하는 사업장이 많다는 것이다.
판례에서는 염전회사직원과 건설공사 현장 근로자처럼 기후나 원자재 수급 등의 이유로 불규칙한 근로를 포괄임금의 대상으로 인정한다. 또 화물운송운전자, 택시운전자 등 근로시간 파악이 어려운 운수업 근로와 아파트 경비 등 감시·단속적 성격의 근로 등도 포함하고 있다.
반면, 일반 사무직이나 제조업 근로자는 노동시간을 계산할 수 있는 업무다. 일정한 시간에 따른 결과물을 양적으로 측정할 수 있지만 이들 기업은 포괄임금제라는 제도를 교묘하게 이용해 추가노동에 대한 대가를 제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원석 본인사노무컨설팅 대표는 "포괄임금제는 사용자 측에 상당히 유리한 제도"라며 "포괄임금제는 엄격한 조건 내에서 적용돼야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을 늘리는 편법적인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장시간 근로 고착화, 휴가제도 `무의미`
특히 휴가제도 자체도 무의미해지는 것도 현실이다. 휴일이나 휴가는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쉴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포괄임금제에 이미 휴가 수당이 포함됐다는 인식 때문에 마음껏 휴가를 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한 근로자는 "이미 연월차 휴가 수당이 포함된 경우 이미 받은 임금을 반환하면서까지 휴가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퇴직금을 연봉에 포함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퇴직금은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지급되는 것인 만큼 판례에서도 포괄산정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사업장에서는 노동자들의 월급 부풀리는 효과를 위해 은밀하게 퇴직금을 포함하기도 한다.
◇개인 스스로 구제할 수단 `미비`
이런 문제가 발생해도 실제 구제할 방법은 많지 않다. 보통 노동자는 고용된 상태에서 문제점을 제기하긴 쉽지 않다. 자칫하다 회사 측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수 있다. 대부분 퇴직 이후 노무사를 통해 고용노동부 관할 지청에 진정신청을 내는 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추가 근로수당에 대한 자료 입증을 근로자가 해야 하지만, 자료접근이 제한된 상태에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노동부의 진정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법원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노동조합을 통하지 않은 이상 한 개인이 소송비용을 감당하긴 부담이 크다. 결국, 충분치 못한 조건에서 합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무사는 "법으로 규정된 것이 아닌 만큼 관할 지청의 감독관에 따라 진정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불이익을 당한 사례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근로자는 이래저래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포괄임금제: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시간외근로 등에 대해 법정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미리 약정해 지급하는 임금제도. 근로기준법 등의 법령에 근거하지 않고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판례에 근거해 통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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