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유보하자 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배당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론스타는 올해 1분기 분기 배당을 실시할 길을 이미 열어놓고 있으며 이미 결정된 지난해 결산배당금도 주주총회에서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분기배당 챙길까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지난 12일 이사회에서 분기(중간) 배당을 위한 주주명단을 확정하기로 했다. 기준일은 31일이다. 외환은행의 결산배당은 주주총회에서 확정되지만 분기배당의 시행 여부와 규모는 이사회에 위임돼 있다.
당초 하나금융이 이달말까지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을 사들여 대주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금융당국이 대법원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판결을 이유로 자회사(외환은행) 편입 승인 결정을 미루면서 이달중 M&A 종결 가능성이 불확실해졌다.
거래종결(딜 클로징) 시점이 다음달 이후로 넘어가면 1분기 배당을 결정할 권한은 론스타에 있다. 론스타는 지난해 2분기부터 분기배당을 실시해왔다.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서(SPA)에 따르면 론스타가 2010년 결산배당을 제외한 다른 배당을 결정하려면 하나금융으로부터 사전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나금융으로서는 분기 배당을 막는 것이 이득이다.
그러나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론스타가 분기배당을 받기 위해서는) 하나금융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서도 "(론스타와) 협상할 수 있다. 곧 접촉하겠다"고 말했다. 계약서상 협상할 필요가 없는 조항을 `협상`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 발언을 근거로 론스타가 분기배당을 챙겨갈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라고 반발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론스타에게 분기배당을 지급할 경우 하나금융 경영진의 배임행위"라고 주장했다.
하나금융 고위관계자는 "아직 이런 문제들을 검토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론스타와 협의시점에 대해서도 "금융당국 승인이 다음달 이후라는 점을 확인한 후"라고 설명했다.
1분기 배당을 결정하는 이사회는 통상 5월초에 열렸다. 1분기 결산이 끝나야 배당가능 이익을 산정할 수 있기 때문. 결산시점을 최대한 앞당길 경우 다음달 15일 이후 이사회 개최도 가능하다. 대략 8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외환은행의 현대건설 매각이익은 2분기 결산에 반영된다.
금융당국 승인 지연 등으로 5월24일까지 M&A 거래가 종결되지 않을 경우 론스타와 하나금융은 모두 계약을 파기할 권한을 갖는다.
◇ 결산배당 더 챙기나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2010년 결산배당금을 더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외환은행 이사회는 지난 12일 결산배당을 주당 580원씩 총 3740억원으로 확정하면서 "주주총회에서 주당 배당금액이 850원 또는 다른 금액으로 변경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남겼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주식을 6개월 이상 전체 주식의 0.25%를 보유하고 있으면 주총에서 수정 안건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론스타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외환은행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주당 850원의 배당금은 하나금융과 체결한 SPA에 따라 론스타가 받을 수 있는 최고액이다. 결산배당금은 850원을 초과할 수 없지만 850원에 미달하면 850원과 실제 배당금간 차액을 하나금융이 물어줘야 한다. 주당 580원 결산배당이 주총에서 확정되면 하나금융은 주당 270원씩 총 888억원을 론스타에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승인지연 등으로 계약이 최종 파기되면 론스타는 888억원을 보전받지 못한다. 또 거래종결 시점이 다음달로 넘어가면 888억원을 손에 쥐는 시점도 딜크로징 시점까지로 늦어진다. 세금 문제는 아직 국세청의 과세방침이 확정되지 않아 유불리를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적 논리로만 따지자면 결산배당금을 주당 580원에서 850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론스타와 하나금융 모두에 이익이 될 수 있다. 소액주주들에 대한 차별 배당이라는 비난도 희석시킬 수 있다.
문제는 론스타의 투자금 회수에 부정적인 국민정서다. 론스타는 투자원금 2조1549억원을 거듭된 고배당과 2007년 지분 블록세일로 대부분 회수했다. 매각이 성사되면 외환은행 지분 매각대금 4조6888억원과 주당 850원의 배당금(총 2797억원)을 고스란히 챙긴다.
이런 상황에서 론스타가 이번 주총에서까지 무리하게 배당금을 회수할 경우 금융당국의 대주주(외환은행) 적격성 심사나 하나금융의 자회사 편입 승인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조차 "론스타가 이번 주총에서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결산배당은 전적으로 론스타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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