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아프리카·중동서 SK 기술 배우러 옵니다"

전설리 기자I 2010.05.23 11:06:54

SK에너지, 세계 최초 촉매이용 나프타분해 시범공장 올해말 완공
친환경 녹색기술..에너지·이산화탄소 배출 20% 감축
美 다우 등과 기술 수출 협의..로열티 수익 기대

[울산=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최근 아프리카, 중동 사람들이 수시로 공장을 방문합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 연설에서 `잿더미 딛고 일어선 한국을 배워라`라고 연설했다죠. 우리 경제를 일으킨 역사적인 현장이 바로 이곳입니다"

SK에너지(096770) 울산 공장을 800분의 1로 축소한 조형도 앞에서 공장의 역사를 소개하는 SK에너지 직원에게서는 강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하루 84만배럴의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SK에너지 울산 공장은 826만여㎡(250만평). 단일공장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화학 공장이다.

여기에서 생산된 석유제품의 50% 이상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브라질, 아랍에미리트 등 10여개 산유국을 포함해 전세계 30여개국으로 수출된다.

SK에너지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이처럼 당당한 수출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기술력. 산유국으로부터 원유를 들여와 고부가가치 완제품을 만들어 되팔면서 당당한 수출 역군으로 우뚝 섰다. 석유 없이 석유를 수출하는 신화를 창조해낸 것이다.

그 신화를 듣기 위해, 기술력을 전수받기 위해 오늘도 머나먼 대륙 아프리카, 중동에서 이곳을 찾는다.

◇ "석유화학 공정 패러다임 바꾼다"..`친환경` 나프타 분해 시범 공장 올해말 완공 

▲ SK에너지가 울산에서 건설중인 ACO 공장
SK에너지 기술력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원유를 정제할 때 불가피하게 대량 생산되는 저급의 값싼 벙커C유를 원료로 휘발유, 경유 등 고부가가치 경질유를 생산해낸다고 해서 `지상유전(地上油田)`이라 불리우는 고도화설비 공장의 한 켠에서는 새로운 공장을 짓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바로 세계 최초로 촉매를 이용해 나프타를 분해하는 공장이다.

SK에너지가 지난 2008년 개발에 성공한 ACO(Advanced Catalytic Olefin) 공정은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석유화학 물질을 생산하는 공정.

기존 850°C 이상 고온에서 나프타를 분해하던 열분해 공정과 달리 700°C 이하(620°C~650°C)에서 촉매를 이용해 나프타를 분해한다.

낮은 온도에서 나프타 분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공정에 비해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씩 감축된다. 이에 따라 혁신적인 차세대 녹색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ACO 공정을 이용하면 기존 열분해 공정에서는 생산량이 부족했던 프로필렌의 생산량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열분해 공정에서는 에틸렌이 주로 생산되고, 프로필렌은 부산물로 생산됐지만 ACO 공정을 적용하면 에틸렌과 프로필렌의 생산량을 50대 50까지 조절할 수 있다"며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프로필렌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열분해 공정에서 원료로 사용할 수 없었던 올레핀 유분과 중질유 등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열분해 공정의 주원료였던 나프타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어 경제적이다.

"지난 80여년간 나프타를 분해하는 유일한 공정 기술이었던 열분해 공정을 촉매분해 공정으로 대체하는 ACO 기술 개발로 석유화학 공정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됐습니다. 세계 유수의 석유화학기업들이 도전했으나 실패한 기술 개발을 SK에너지가 해낸 것이죠. 이는 석유화학 분야의 기술 선도국으로 거듭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강조했다.

지난해 말부터 짓기 시작한 ACO 공정을 적용한 나프타 분해 데모 플랜트(시범 공장)는 올해 4분기 완공될 예정이다. 6개월간 촉매 및 공정의 안정성과 최적가동 조건을 검증한 후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돌입한다.
 
데모 플랜트가 성공적으로 가동되면 대형 공장 설립에 착수, 오는 2012년~2013년께 완공할 계획이다.

◇ 1기당 2천만弗 로열티 수익 기대..美 다우 등과 기술수출 협의

로열티 수익도 기대된다. 나프타 분해 공정은 플라스틱, 비닐 등의 소재로 쓰이는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대표적인 석유화학 공정인데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도입됨에 따라 친환경 기술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SK에너지는 ACO 기술 수출을 통해 플랜트 1기 건설당 2000만달러의 로열티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중국 등 아시아 지역 기술 수출 협의는 SK에너지가, 미국 등 북미 지역 기술 수출 협의는 미국 KBR(Kellogg Brown & Root)이 담당하고 있다. 세계적인 석유화학 플랜트 엔지니어링 업체인 KBR은 SK에너지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ACO 공정의 설비 설계를 맡아왔다.

SK에너지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화학기업인 다우케미칼과 사빅, 이스트만 등과 기술 수출을 협의중"이라며 "세계적으로 녹색 레이스가 본격화됨에 따라 ACO 기술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쪼개고, 넘기고, 붙이고..` SK 사업구조 대개편
☞(단독)SK에너지, 중간 지주사 체제 도입 검토
☞SK에너지, 하락요인 있다해도 너무 싸다..`매수`-대우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